폴란드·이탈리아·독일·프랑스 등 편견·증오 확산
정치권 '금지 제도화' 타진…"어두운 과거사 재현 우려"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유럽 각국에서 반(反) 이민, 반유대주의, 이슬람 혐오 등을 내세운 극우 정치세력이 득세하면서 편견과 증오에서 비롯된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대학살)와 같은 어두운 전력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다시는 (어두운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기억을 강조해온 유럽은 그동안 끔찍한 과거에 대한 책임을 지는 모범적 사례로 꼽혀왔다"고 전했다.
WP는 그러나 최근 유럽 각국에서는 20세기의 나치즘, 파시즘과 국가 주도 반유대주의의 역사를 수정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홀로코스트 권위자인 미 에모리대 역사학자 데버러 립스태트는 "극단적인 역사 다시 쓰기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움직임 속에 최근 유럽 각국에서는 과거의 어두운 역사가 되풀이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폴란드에서는 나치 강제수용소를 부를 때 '폴란드의'라는 표현을 사용하거나 나치 만행과 관련해 자국이나 자국민에게 공동책임을 지우려는 시도를 법적으로 처벌하는 내용의 법안을 대통령이 서명해 국제적 비난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정치인들이 인종·종교적 편견을 부추기고 오랜 세월 금기시되던 견해를 제도화하려는 움직임이 최근 수년 새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지적한다.
오스트리아에서는 작년 말 총선을 통해 나치 부역자들이 만든 극우정당이 연정에 참여했고 비슷한 시기에 독일에서는 50여년 만에 처음으로 반이민·반무슬림 성향의 극우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원내에 진입했다.
AfD는 이날 독일 유력 대중지가 실시한 정당지지도 조사에서 독일 최고의 전통의 사민당을 따돌리고 2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탈리아에서는 내달 총선에서 반이민·반 난민 성향의 중도 우파 정당과 극우정당 동맹 등이 결성한 우파연합이 정부 구성을 모색하고 있다.
이탈리아 내 유대인 단체를 이끄는 노에미 디 세그니는 정치권에서 "신파시즘으로 회귀하는 매우 강렬한 징후들"이 쏟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폭력도 난무해, 이달 초 흑인 이민자들에 총격을 가한 파시즘·나치즘 신봉자인 극우 이탈리아 청년에 대한 응원이 쇄도해 우려를 낳기도 했다.
헝가리 출신 유대계 미국인 부호 조지 소로스를 겨냥한 유럽 각국의 공격 수위가 높아지면서 반유대주의를 조장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오는 4월 네 번째 총리직에 도전하는 빅토르 오르반 총리는 소로스의 지원을 받는 반정부 성향의 시민단체를 겨냥한 '스톱 소로스' 법안을 발의했다.
영국에서는 테리사 메이 총리의 비서실장을 지낸 닉 티머시가 데일리 텔레그래프에 브렉시트를 막기 위해 소로스가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공세를 퍼부었다. 그러나 소로스는 그동안 공공연하게 브렉시트를 반대해왔다.
편견을 점점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위험한 경향도 각국에서 관측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프랑스에서는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의 대선 후보였던 마린 르펜이 지난해 재선에서 2위를 차지했다.
이웃 독일에서는 교육 시스템에서 홀로코스트를 알리는 데 중점을 두고 있고 베를린 시내 곳곳에 나치의 만행을 상기시키는 조형물과 시설들이 자리하고 있지만 최근 반이슬람 극우 단체들이 세를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독일에서 진행된 반이스라엘 시위를 계기로 독일 내 무슬림 이민자들의 반유대주의 문제가 부각되기도 했다.
나치 범죄를 기록하고 있는 베를린 테러지형학 박물관(Topography of Terror Museum)의 안드레아스 나하마 관장은 "역설적이게도 유대인, 무슬림, 다른 소수집단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더라도 그들은 모두가 한배를 탄 같은 처지"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소수집단을 겨냥한 폭력에는, 그 대상이 어느 소수집단이든 간에 무감각하게 익숙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mong0716@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