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티' 고준 "굶주린 것 같은 투박한 사랑 경험 녹여냈죠"

입력 2018-02-21 08:00   수정 2018-02-21 11:45

'미스티' 고준 "굶주린 것 같은 투박한 사랑 경험 녹여냈죠"
"섹시하다는 호평 실감 못해…케빈리 죽인 범인 저도 궁금"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최근 온라인 여성 커뮤니티에서 케빈리를 모르면 '간첩'이다.
JTBC 금토극 '미스티'에서 혜란(김남주 분)에게 버림받은 옛사랑이자 프로골퍼 케빈리를 연기하는 배우 고준(40)은 특유의 투박한 섹시함으로 여심을 사로잡았다.
최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그는 "섹시하다는 평가나 인기를 아직 실감하지 못한다"며 "저는 제 연기를 볼 때마다 손발이 오그라든다"고 했다.
"제 역할을 모른 채 대본을 봤는데 정말 푹 빠졌어요. 그런데 PD님이 케빈리 역을 제안하시는 거예요. 고사하려고 했죠. 아무리 봐도 잘생긴 사람이 해야 할 것 같은 역인데, 전 영농 후계자처럼 생겼잖아요. (웃음) 그런데 PD님이 전형적인 미남보다는 미국계 아시안 같은 느낌이 필요하다셨어요. 그 얘길 듣고 거울을 봤는데 좀 자신감이 생겼어요. 댓글에 추성훈 씨 닮았다는 의견이 많던데, 추성훈 씨 멋있고 섹시하잖아요!"
그는 그러면서도 "섹시함을 일부러 부각하려 하진 않았다. 철저히 연출된 부분"이라며 "처음부터 섹시함을 드러내는 방법을 알고 연기했다면 오히려 매력적으로 보이지 못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10여 년간 무에타이, 유도, 복싱, 레슬링 등 운동으로 다져진 그의 다부진 몸이 프로골퍼인 케빈리의 섹시함을 자연스럽게 표현했다.
그는 "골프 마니아이지만 프로골퍼의 폼과는 비할 바가 못 된다"며 "게다가 케빈리의 심한 '왕자병'을 연기하는 게 참 힘들었다. 실제로 전 전혀 반대의 성격이라 여자 앞에서 얼어버린다"고 설명했다.



고준은 그러면서도 사랑에 있어서는 케빈리와 닮은 부분이 많다고 했다.
"어릴 때 7년간 첫사랑을 했어요. 자연스럽게 만나고 헤어지는 걸 습득하지 못해서 사랑에 투박해요. 이번 연기에 그 경험을 녹여냈어요. 케빈리도 사랑에 굶주려서, 가진 게 없을 때 버림받아서 혜란한테 지질하게 집착하는 거라 생각했죠. 저 역시 아무것도 가진 게 없을 때 만났던 사람에게 미안했던 적도 있었거든요."
케빈리는 처음부터 '죽고' 시작했다. 극 자체가 누가 케빈리를 죽였는지 범인을 찾는 플래시백 형태다.
고준은 "저도 아직 범인을 몰라 궁금하다"며 "제 생각엔 은주(전혜진)가 죽인 게 자연스러울 것 같은데 전혀 알 수 없다"고 웃었다. 바라는 결말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는 파국일지 천국일지 모르는 열린 구조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오랜 기간 연극 무대와 독립영화 시절을 거쳐 2001년 영화 '와니와 준하'로 데뷔, 2014년 영화 '타짜-신의 손'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그는 최근 드라마에도 자주 얼굴을 비치고 있다.
"처음엔 신부님이 되는 게 꿈이었는데 고3 때 뮤지컬 한 편을 보고 배우의 독백에 반해 연기에 뛰어들었어요. 연기는 매번 쉽지 않죠. 타인의 삶을 면허 없이 연기한다는 데 책임감이 따르니까요. 그래도 사람들의 정서를 대변해줄 수 있는 게 배우잖아요. 사람들의 아픔을 치유해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상업 영화에선 악역만 했는데, '미스티'가 스펙트럼을 넓힐 기회가 된 것 같아 기쁩니다."
lis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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