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던스키-안진휘 릴레이 골 터졌으나 아쉽게 올림픽 첫승 실패
8강 진출 플레이오프에서 패한 한국, 최하위로 대회 마감
(강릉=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비록 이변 연출에는 실패했지만,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의 근성과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었던 멋진 한판이었다.
백지선(51·영어명 짐 팩)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20일 강원도 강릉의 강릉하키센터에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 8강 티켓을 놓고 세계 랭킹 4위의 강호 핀란드와 맞섰다.
지면 끝인 단판 승부에서 한국은 개인 기량과 조직력에서 앞선 핀란드에 2피리어드 초반까지 계속 수세에 몰렸다.
2피리어드 6분 23초에 핀란드의 '신성' 미로 헤이스카넨에게 3번째 골을 내주고 0-3으로 뒤져 패색이 짙었다.
모두가 패배를 예감한 순간, 대표팀의 투지와 근성이 살아났다.
한국은 폭풍처럼 핀란드를 몰아쳤다. 결국, 2피리어드 10분 6초에 브락 라던스키의 만회 골이 터져 나왔다.
김상욱이 저돌적으로 상대 골문 뒤를 파고들며 수비진을 휘저어놓은 것이 컸다. 쉴틈없이 돌아가는 한국의 공격 전개에 시선을 빼앗긴 핀란드 골리 미코 코스키넨은 라던스키에게 가랑이 사이를 통과하는 골을 내줬다.
한국은 2분 3초 뒤 추가 골을 뽑아냈다.
신상훈의 투지가 돋보였다. 신상훈이 핀란드 수비수와 격렬한 몸싸움 끝에 퍽을 따내자 안진휘가 왼쪽 페이스오프 서클에서 강력한 리스트샷으로 골망을 갈랐다.
세계 2위 리그인 러시아대륙간하키리그(KHL)의 최고 명문 SKA 상페테르부르크에서 활약하는 골리 코스키넨조차 글러브로 허공만 가른, 멋진 샷이었다.
한국의 파상 공세는 계속됐으나 동점 골은 나오지 않았다.
핀란드는 3피리어드 7분 20초에 우리 문전 앞 혼전 상황에서 오스카르 오살라가 퍽을 우겨 넣어 4-2로 달아나며 한국의 추격 의지를 끊었다.
한국은 경기 막판 골리 맷 달튼을 빼고 총공세에 나섰다가 종료 6.1초를 남기고 엠프티넷골을 헌납했다.
한국은 결국 핀란드에 2-5(0-1 2-2 0-2)로 패했다. 한국은 지난해 12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2017 유로하키투어 채널원컵에서 핀란드에 1-4로 패한 바 있다.
한국은 고대했던 올림픽 첫 승을 끝내 신고하지 못하고 최하위(12위)로 이번 대회를 마쳤다. 한국은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에 이어 남녀 모두 꼴찌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날 핀란드전은 아쉬움과 한숨만 남는 경기가 아니었다. 국내 팬들에게 아이스하키의 진정한 매력과 재미를 선사한 명승부였다.
한국은 앞서 조별리그에서 3전 전패를 당했다.
세계 랭킹 6위 체코(1-2패), 7위 스위스(0-8패), 1위 캐나다(0-4패)와 '죽음의 조'인 A조에 함께 속한 것이 불운이었다.
이번 대회 참가 팀 중 조별리그를 승점 없이 마친 팀은 한국이 유일했다. 3경기에서 14점을 줬고, 득점은 지난 15일 체코전에서 넣은 조민호의 첫 골이 전부였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12개국은 A∼C 3개 조로 나눠 조별 예선 리그를 치렀다. 그 결과 A조 1위인 체코, B조 1위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OAR), C조 1위 스웨덴이 8강에 직행했다.
각 조 2위 중 승점이 가장 높은 A조 2위 캐나다도 8강 직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남은 8개 팀은 단판 승부로 8강에 오를 네 팀을 가리는 플레이오프를 치르는데, 가장 낮은 12번 시드인 한국은 가장 높은 5번 시드의 핀란드와 맞붙었다.
한국은 실낱같은 8강 진출 기회를 살리기 위해 온 힘을 다했으나 아쉽게 핀란드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 들어 전반적으로 운이 따르지 않았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2피리어드 3분 44초, 핀란드에 내준 2번째 실점은 한국 수비수 브라이언 영의 스케이트를 맞고 굴절돼 들어간 점수였다. 이후 반격에 나선 한국은 김상욱의 샷이 골포스트에 맞는 등 뜻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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