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인근 주요반군 최후 점령지…화학무기 피해 전력도
39만3천명 포위…반군 결사항전에 '피투성이 전쟁' 장기화 우려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인근 반군 장악지역 동(東) 구타에 대한 정부군의 무차별 공습으로 사흘간 200여명이 숨졌으나 정부군과 반군이 한 치 양보 없는 결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장기전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인다.
21일(현지시간) AP통신은 무고한 희생자를 양산하며 국제사회의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정부군이 공세를 퍼붓고 반군도 결사항전을 벌이면서 지켜 내려 하는 동구타 지역을 자세히 소개했다.
2011년 시리아 내전이 발발한 이후 동구타 지역은 상당 기간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의 관심 밖이었다.
2012년 반군이 이 지역을 장악한 이후 정부군의 봉쇄와 공습이 있기는 했지만 시리아 내 다른 반군 장악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오랜 기간 일상이 유지될 수 있었다.
그러나 동구타가 수도 인근의 마지막 주요 반군 장악지역으로 남으면서 AP통신은 "시리아 정부와 이를 지원하는 러시아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 지역을 탈환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AP는 아사드 대통령이 폭격을 통해 반군의 항복을 받아내려 하면서 동구타가 2016년 말 정부군이 반군으로부터 탈환한 동부 알레포와 마찬가지로 "피투성이 전쟁"에 휘말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구타는 다마스쿠스 변두리의 바라다 강을 둘러싼 두마, 카프르 바트나, 사크바 일대를 일컫는 별칭이다.
동구타는 2011년 아사드 정권에 맞서 시리아 내에서 가장 먼저 반정부 시위를 벌인 지역 가운데 한 곳이다.
반정부 시위가 내전으로 비화하면서 이 지역을 장악한 반군은 수도 인근의 근거지를 지키고자 동구타에 대한 정부군의 탈환 시도에 필사적으로 맞섰고 그 결과 동구타는 현재 이 일대의 유일한 반군 장악지역으로 남았다.
정부군은 2013년부터 동구타를 부분적으로 봉쇄했고 지난해 중반부터는 아예 전면 봉쇄했다.
2013년 정부군은 이 지역에 화학무기인 사린가스 공격을 퍼부어 수백명의 희생자를 냈고 지난 수년간 건물과 병원, 학교, 창고 등이 공습에 모두 파괴되기도 했다.
유엔에 따르면 현재 동구타에는 주민 39만3천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정부군의 오랜 봉쇄로 구호단체들의 진입이 통제되면서 주민들은 극심한 식량난과 기아,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나 반군 수천명은 동구타 내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으며 이들 중 일부는 투항을 거부하고 끝까지 싸울 것으로 예상된다.
동구타에서는 두마에 근거지를 둔 핵심 반군 조직인 '이슬람군대'를 비롯해 극보수 성향의 아흐랄 알샴과 파이라크 알 라흐만 등이 활동하고 있다. 알카에다 연계 조직인 하이아트 타흐리르 알샴도 이 지역에 자리를 잡았다.
다마스쿠스 인근에 있지만 당초 시리아 정부는 내전 첫 몇 년간은 정권 존립에 더 핵심적인 홈스, 알레포, 레바논 접경지역 등을 탈환하는 데 집중하느라 동구타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런 이유로 동구타 내 반군은 이 기간 시리아 사막과 연결되는 보급로를 통해 충분한 무기를 확보할 수 있었다.
게다가 시리아 내 공급되는 설탕, 쌀, 과일과 채소 대부분을 재배한 농업지역이었던 덕분에 반군은 정부군의 봉쇄에도 오랜 기간 자족하며 버틸 수 있었다.
반군은 지하 터널을 만들어 밀수품 일부는 이를 통해 동구타 내로 유입되기도 했으나 계속된 봉쇄로 전력 공급량은 현저히 줄었다.
7년에 걸친 내전에서 최근 아사드 정권이 승기를 잡으면서 정부군은 반군 장악지역을 탈환하는 데 혈안이 돼 있다.
시리아 정부와 러시아, 이란 등 동맹국은 반군의 마지막 주요 장악지역을 탈환하기 위해 최근 몇 주간 공세를 강화하고 알레포와 데이르 에조르 등의 IS 격퇴전에서 활약한 수헤일 알 하산 준장을 동구타에 투입해 탈환전을 이끌게 했다.
동구타를 탈환할 경우 아사드 대통령은 정권에 대한 오랜 위협과 골칫거리를 해결하고 7년여에 걸친 내전 종식에 바짝 다가서게 된다.
mong071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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