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제갈성렬 "이번엔 많이 자제하고 있습니다. 헛둘!"

입력 2018-02-21 11:20   수정 2018-02-21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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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제갈성렬 "이번엔 많이 자제하고 있습니다. 헛둘!"
SBS 스피드 스케이팅 해설위원 활약…"'배갈콤비' 응원 감사"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이번엔 자제한 겁니다. 많이 자제하고 있습니다. 하하"
제갈성렬(48) SBS 스피드 스케이팅 해설위원은 21일 이렇게 말하며 깔깔 웃었다.
중계방송 도중에도 말을 하다 말고 갑자기 "(할말이 많지만) 자제하겠습니다"라며 입을 다물고는 하는 그는 '실제로 자제하고 있냐'고 묻자 "진짜 자제하고 있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중계방송에서 SBS의 배성재-제갈성렬 콤비가 시청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베테랑 배성재의 깔끔하면서도 힘있는 진행과 스피드 스케이트 국가대표 출신 해설위원 제갈성렬의 좌충우돌하면서도 유머러스한 해설이 조화를 이룬다. "제갈성렬이 헛둘! 헛둘! 할 때마다 따라 하고 싶다"는 댓글이 이어진다.
흥미로운 것은 제갈성렬의 이같은 해설에 대해 8년 전에는 전혀 다른 반응이 나왔다는 것이다. 그는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 때도 SBS 해설위원으로 활약했는데, 당시에는 '샤우팅 해설' '엉터리 해설' 논란이 일더니 급기야는 종교색 짙은 발언을 한 것이 문제가 돼 그가 해설위원에서 중도 하차했다.
"밴쿠버 때 트라우마와 아픔이 있어서 이번에 해설을 안 맡으려 했다. 가족들도 만류해 망설였다"고 토로한 제갈 위원은 "배성재 캐스터를 보고 다시 나섰는데 우리 선수들 결과도 좋고 방송 반응도 좋은 것 같아 보람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부족한 게 많은데 배성재 캐스터가 잘 보듬어주고 든든하게 받쳐준다. 호흡이 너무 잘 맞는다"며 "제가 원래 누구 말을 듣는 사람이 아닌데 성재 말은 잘 듣는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제갈 위원의 '샤우팅 해설'은 이번에도 유효하다. 또 흥분하거나 울컥한 감정을 그대로 표출하는 것도 여전하고, 불쑥불쑥 개그를 날리는 주체하지 못하는 '개그 본능'도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배성재 캐스터가 제갈 위원을 능수능란하게 리드하면서 제갈 위원의 장점만이 부각되고 있고, 자연스럽게 둘의 중계가 시청자들의 가장 많은 선택을 받고 있다.
제갈 위원은 "배성재 캐스터와 작년부터 호흡을 맞춰왔는데 너무 마음 편하고 잘 맞는다"며 "성재가 내 개그를 안 받아주고 끊어도 전혀 서운하지 않다. 시청자도 우리의 그런 대화 자체를 재미있어 해주시는 것 같다"며 웃었다.
예를 들어 네덜란드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 '애니스 다스'의 경기를 중계하다 제갈 위원이 "우리한테 매우 친숙한 이름이네요"라고 뼈 있는 농을 치면, 배성재 캐스터가 못 들은 척 대꾸를 안 하고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는 식의 중계가 이어진다.
그는 "내 삶이 원래 개그다. 즐겁고 행복하게 살자는 게 모토"라며 "사실 스피드 스케이팅은 지루한 경기라 현장감 있게 박진감 있게 중계방송을 해주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흥겹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내가 겉 다르고 속 다른 얘기를 못한다"며 "그런 내 성향을 성재가 너무 잘 알고 잘 리드해준다. 요즘엔 음식점에 가면 말을 안 해도 둘이 똑같은 음식을 시킬 정도로 마음이 통한다. 소름 끼친다"며 웃었다.
제갈 위원은 후배들의 활약에 대해 뿌듯해하고 고마워했다.
"김민석이는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너무나 잘타서 깜짝 놀란 정도가 아니라 경악을 했습니다. 두세달 전부터 김민석이 동메달 딸 거라고 제가 주위에 얘기하고 다녔는데 실제로 그렇게 되니 소름이 끼칩니다. 이상화는 너무나 값진 은메달을 땄습니다. 그간 압박감을 감당하면서 하루하루 버텨온 상화의 여정이 저를 눈물 쏟게 했습니다. 지구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꽃이 이상화입니다. 차민규는 8년 만에 톱 레벨로 올라온 선수입니다. 대단한 은메달입니다. 너무너무 아깝지만 단거리 500m는 1천분의 1초까지 실력이기 때문에 깔끔하게 인정해야 합니다. 단거리 계보를 이을 수 있는 선수가 나온 게 희망적이고 다음 베이징올림픽을 기대할 수 있어 너무 기쁩니다."
제갈 위원은 "사실 하늘나라에 계신 아버지께서 제가 방송 해설하는 것을 좋아하셨다. 이번에 평창 오기 전날 아버지 산소에 가서 잘하고 오겠다고 말씀드렸다"면서 "우리 세대에 언제 또 국내에서 올림픽이 열릴까 하는 마음에 이번에 고민 끝에 해설을 맡았고 책임감을 가지고 임했다. 끝까지 아무 사고 없이 잘 마치고 싶다"고 말했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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