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집도 부서졌는데…3개월째 이재민 급식 봉사 지진 피해자

입력 2018-02-21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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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집도 부서졌는데…3개월째 이재민 급식 봉사 지진 피해자



(포항=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몸을 다쳤으면 몰라도 멀쩡하니까 나와서 할 수 있는 일을 해야지요."
19일 오전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흥해체육관 앞에서 만난 오두남(56·여)씨는 대한적십자사 봉사회가 운영하는 급식소 앞을 부지런히 오가며 짧게 말했다.
적십자 봉사회는 지난해 11월 15일 포항에서 지진이 일어나 큰 피해가 나자 이곳에서 3개월간 급식소를 운영해왔다.
지난 10일 급식소 운영을 마치기로 하고 철거했으나 이튿날 새벽 다시 규모 4.6 여진이 발생하자 12일부터 재개했다.
오씨는 급식소 운영 첫날부터 시작해 3개월 넘게 크리스마스나 신정, 설 등 며칠간 쉬었을 뿐 날마다 오전 6시부터 12시간 넘게 봉사자로서 근무했다.
그가 맡은 일은 급식 재료 준비다.
오씨를 포함해 매일 20∼25명이 적십자 급식소에 나와 교통비 한 푼 안 받고 봉사활동을 폈다.
상당수 봉사자는 조를 짜서 번갈아가며 나왔지만 오씨를 포함해 7∼8명은 고정적으로 거의 매일 나왔다.
오씨는 평범한 봉사자이면서 동시에 특별한 이력이 있다.
바로 지진 피해자란 점이다.
흥해읍에 사는 그는 포항 강진으로 살던 아파트(대웅파크 2차)가 부서지는 피해를 봤다.
지진이 나 뒤 처음 확인했을 때는 외벽이 멀쩡해 집에서 살아도 된다는 판정이 나왔다.
별일 없겠거니 생각하고 그는 열심히 봉사활동에 전념했다.
그러나 정밀안전진단을 벌인 결과 아파트 지하 기둥이 파손돼 올해 1월초 이주 대상에 들었다.
당장 지낼 집이 없는 이재민 신세가 된 셈이다.
오씨는 흥해읍 한 원룸을 구해 지내고 있다.
남편도 포항시 공무원이라 지진 이후에 서로 바빠 얼굴 보고 밥 한 번 제대로 먹을 시간이 없었다.
그나마 자녀는 장성해 모두 타지에 살아 지진 피해를 보지는 않았다.
이번 설에는 차례를 지내기가 마땅찮아서 건너뛰었다고 했다. 자녀도 오지 못하게 했다.
오씨도 다른 지진 피해자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여진이 나면 겁에 질리는 등 후유증에 시달린다.
그런데도 봉사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10년 넘게 적십자 봉사회에서 활동하다가 보니 별다른 고민 없이 처음부터 일했다"며 "집이 부서진 것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다른 봉사자도 집에 크고 작은 피해가 났음에도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나왔다.
오씨는 많은 봉사자가 있음에도 자신만 부각되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했다.
그는 "자원봉사자가 돈을 받고서 한다는 둥 오해하는 사람이 있어서 조금은 섭섭했으나 이제는 다 털어버리려고 한다"며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나서야 하지 않겠느냐"고 활짝 웃었다.

sds123@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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