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감시 강화 본격 채비…무장단체 "활용은 이제 시작"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시리아 북부에서 활동하는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 조직 '알 사다카'(아랍어로 희사)는 비에 노출된 담요나 빵, 수류탄 등을 보여주며 온라인상 지지자에게 자금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다만, 이들이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요청하는 것은 은행 등 기존의 금융시스템을 활용한 기성 화폐가 아닌 가상화폐 비트코인이다.
이후 알 사다카는 지지자들의 도움으로 거처나 식량이나 무기 보관을 크게 개선할 수 있었다는 동영상을 올리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무장단체들이 이처럼 대테러 당국이나 금융당국의 추적이 사실상 불가능한 가상화폐를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과 달리 미국 당국은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넷판이 21일 보도했다.
알 사다카와 같은 일부 지하디스트 조직은 이미 수년 전부터 가상화폐에 의존해 자금 마련에 도움을 받아왔으나 미국 관리들은 단지 최근에야 본격적으로 주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미국 공화당 소속 테드 버드 하원의원은 지난 1월 테러범들이 가상화폐를 쓰는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금융과 기술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또 미국의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상원 은행위원회에 이 문제를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면 친 알카에다 성향의 인터넷 잡지인 알 하키카가 최근 비트코인의 기본을 자세히 서술하는 내용을 담는 것을 포함해 중동 테러조직들은 이미 가상화폐를 주요 논의 주제로 삼으며 활용도를 높여가고 있다.
또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자금 지원을 하면서 가상화폐를 이용했거나 이용하려 한 사례는 이미 수차례 적발됐다.
미국 버지니아에 사는 10대 알리 슈크리 아민은 2015년 트위터에 비트코인을 보내는 방법을 소개하는 식으로 IS를 지원했다는 이유로 연방 법원으로부터 11년형을 선고받았다.
또 뉴욕의 한 연구원은 지난해 8만5천 달러(9천100만 원) 이상을 가상화폐로 바꿔 IS 관련 개인들과 페이퍼컴퍼니에 보냈다가 적발됐다.
수개월 동안 알 사다카의 비트코인 계정을 추적하는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 분석가 야야 파누시는 "그들은 가명 속에 숨고 신분을 보호할 기술을 이용하기 때문에 정체를 확인하기가 어렵다"라고 말했다.
알 사다카는 비트코인 ATM망 지도들을 보여주거나 프라이버시 보호가 비트코인보다 뛰어난 다른 가상화폐들을 이용한 자금 지원을 호소하는 등 당국의 대응에 한발 더 앞서 나가고 있다.
알 사다카의 대변인인 하산 아브도는 가상화폐들이 "기존의 지급수단들과 달리 추적은 어렵지만 빠르고 효율적"이라며 "이것이 단지 시작이기를 바라고 있다"라고 이 신문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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