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ㆍ반쪽 사과ㆍ부인ㆍ잠적…'미투' 가해자들 행태

입력 2018-02-21 12:01   수정 2018-02-21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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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ㆍ반쪽 사과ㆍ부인ㆍ잠적…'미투' 가해자들 행태
고은ㆍ이윤택ㆍ조민기 등 책임 회피, 피해자ㆍ여론 분노 부채질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문화예술계 성폭력을 고발하는 '미투'가 뜨겁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이 잇달아 책임을 회피하는 행태를 보여 피해 당사자들과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의 분노를 키우고 있다.
이달 초 최영미 시인이 방송 인터뷰를 통해 시 '괴물'로 표현한 원로 시인의 추행 등 문단 내 성폭력을 고발한 이후 21일 현재까지 봇물 터지듯 문화예술계 성폭력 고발이 쏟아져나왔다.
특히 문단에서 연극계로 옮겨간 '미투'는 연극계의 거물로 꼽힌 연출가 이윤택의 추한 행적들을 만천하에 드러내 큰 충격을 줬다.
이어 영화와 TV드라마로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배우 조민기가 교수직을 이용해 어린 학생들을 성적으로 괴롭혔다는 폭로가 나와 대중에게 큰 실망감을 안겼다. 여기에 또다른 연극계 거장 연출가도 상습적인 성추행을 일삼았다는 증언이 나온 상태다.



이렇게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은 처음엔 당혹스럽다며 일부 행적을 시인하는 듯하면서도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일부는 합의된 일이었다는 식으로 사태를 무마하려는 행태를 보이거나 절대 아니라고 부인하는 행태, 외부와 연락을 끊고 침묵으로 일관하는 행태 등을 보여 여론을 악화시키고 있다.
이들 중 가장 먼저 성추행 의혹으로 이름이 나온 고은 시인은 초기에 한 신문사와 인터뷰에서 '후배 문인을 격려한다는 취지에서 한 행동이 오늘날에 비추어 성희롱으로 규정된다면 잘못된 행동이라 생각하고 뉘우친다'는 취지의 답변을 한 이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공개적으로 나와 피해자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음에도 일절 대응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윤택 연출은 폭로가 나온 뒤 며칠 만에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하긴 했지만, 연기 지도를 하면서 추행한 부분에 대해서는 "성추행당했다고 생각했을 줄은 몰랐지만 그런 생각을 했다면 사죄하겠다"고 말하고 성폭행에 관해서는 성관계가 강제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부인해 진정성 없는 '반쪽 사과'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윤택 연출은 공개사과 전 내부 대책회의를 갖고 사과 리허설까지 했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배우 조민기는 첫 폭로가 나오자마자 바로 소속사를 통해 보도자료를 내 "명백한 루머"라며 강력하게 부인했다. 이후 학교 측의 조사와 징계 사실이 확인되고 경찰까지 나서자 추가로 피해자들의 증언이 이어지자 그제야 "심각성을 인지했다",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할 예정"이라며 한 발 물러섰다.
실명을 밝힌 피해자의 구체적인 증언 내용은 대중이 조민기에게 등을 돌리게 하고 있다. 그가 이전에 대학생인 친딸과 함께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다정한 아빠의 모습을 보여준 터여서 시청자들이 느끼는 배신감과 실망감은 더욱 크다.
이윤택에 이어 고발된 또다른 연극계 거장 연출가는 현재 자취를 감추고 있다.이 연출가는 언론의 접촉은 물론, 그가 만든 극단 측과도 연락을 두절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피해자를 회유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피해자들은 "가해자의 진정한 사죄가 있어야 한다"고 거듭 말하고 있으며,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이윤택 등의 구속 수사를 요구하는 청원이 잇따라 올라오는 등 가해자들이 법적 처벌도 받아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는다.


min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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