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전기차(EV)와 차량 공유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글로벌 석유 수요가 2030년대에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고 영국 BP가 20일 밝혔다.
로이터와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BP는 이날 발표한 연례 에너지 전망 보고서에서 EV와 EV 공유 서비스가 글로벌 석유 수요를 지속적으로 잠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BP는 2016년 현재 자동차의 총주행거리 가운데 전기차가 차지하는 몫이 거의 제로(0) 수준이었지만 2040년에 가면 약 30%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EV 보급 대수도 현재의 300만대에서 2040년 3억2천만대로 비약적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20억대로 예상되는 2040년의 전체 자동차 보급 대수 가운데 약 15%의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이 BP가 제시한 시나리오다.
보고서의 대표 저자인 스펜서 데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EV의 수적 비중과 주행거리 비중 사이에 상당한 격차가 있을 것으로 보는 것은 EV 공유 서비스의 대대적 확대를 예상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BP는 중국과 인도 등의 경제 성장에 힘입어 글로벌 여행 수요가 2040년까지 2배 이상 늘어나는 것은 일단 글로벌 석유 수요의 증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EV와 EV 공유 서비스의 확대, 연료 효율 기준의 강화 등이 증가분을 상쇄한다는 것이다.
BP는 자율주행차가 2020년대 초부터 시판되겠지만 초기의 판매 가격이 높은 탓에 그 대부분은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들이 사들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전기차는 유지비가 낮은 만큼 공유 서비스에 활용되는 자동차의 대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보면서 이를 바탕으로 전기차의 평균 주행거리는 휘발유차나 디젤차의 2.5배를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데일 이코노미스트는 공유 서비스에 투입되는 자율주행차가 2030년대에 급증할 것으로 본다고 밝히면서 "운전자에 대가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면 공유 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용은 40~50%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BP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2035년의 EV 보급 대수를 1억대로 예상한 바 있다. 올해 보고서는 같은 연도를 기준으로 한 전망치를 1억8천만대로 높게 잡았다.
BP는 글로벌 석유 수요가 2030년대 중반에는 하루 1억1천만 배럴로 정점을 찍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2040년대 중반에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본 지난해 보고서보다 그 시기를 앞당긴 셈이다.
20세기에 글로벌 석유 증가를 선도했던 자동차 부문의 석유 수요도 2030년을 고비로 감소하고 2040년에는 현재와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2016년 현재 자동차 부문의 석유 수요는 총수요의 약 5분의 1인 하루 1천780만 배럴이었다. BP는 2040년의 수요를 하루 1천860만 배럴로 점쳤다.
BP는 석유화학 부문이 이를 대신해 석유 수요의 주된 성장 동력이 되겠지만 플라스틱 백과 포장재에 대한 정부의 규제조치가 강화되는 것이 변수라고 말하고 규제가 수요에 미칠 충격은 EV와 같은 최대 하루 200만 배럴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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