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발언대에 서라" vs 임종석 "왜 화를 저한테 푸시나"

입력 2018-02-21 15:39  

김성태 "발언대에 서라" vs 임종석 "왜 화를 저한테 푸시나"
운영위서 날 선 신경전…靑업무보고 시간 놓고 여야 공방

(서울=연합뉴스) 김경희 서혜림 기자 = 국회 운영위원회의 21일 전체회의에서는 자유한국당 소속 김성태 운영위원장과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간에 물고 물리는 설전이 벌어졌다.



한국당 원내대표 취임 이후 운영위원장 자격으로 처음 청와대 업무보고를 받은 김 위원장은 애초 간사 간 합의를 통해 오전으로만 잡았던 보고시간을 오후까지 연장하는 등 시작부터 긴장된 분위기를 연출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오후 회의 시작 후에는 아예 임 실장을 증언대로 불러 세우는 등 일종의 '군기 잡기'를 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 위원장은 야당 의원들의 자료제출 요구에 대한 성실한 응대를 촉구하던 와중에 청와대 실무직원이 '실소'까지 했다고 주장하면서 해당 직원을 지목, "일어나보라"고 지시했다.
그는 "국회 CCTV를 틀어서 웃는 모습이 나오면 어떻게 하실 거냐"며 윽박지르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겁박과 독선'이라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위원장 말투까지 지적하는 게 집권당 의원으로서 올바른 태도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명령조로 임 실장에게 "발언대에 서라"고 요구했다.
임 실장이 "여기서도 가능한데 따로 나가서 서야 합니까"라고 묻자 김 위원장은 거듭 "서세요"라고 요구했고 임 실장은 결국 발언대로 나갔다.
김 위원장은 "자조적으로 비꼬면서 웃는 게 '자료제출을 성실하게 해달라'는 위원장의 입장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이냐"며 임 실장을 다그쳤다.
이에 임 실장은 "누가 웃었을 리 있느냐. 제가 성실히 답변드렸다"면서 자료 제출이 늦어지는 것에 대해선 "월요일부터 집중적으로 요청이 들어와 시간을 주십사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 위원장이 다시 "좋다. 지금까지 우리 위원회에 대한 청와대의 자세가 어떤지 모르겠지만, 원칙대로 하겠다"고 호통을 쳤고 이에 임 실장은 "왜 화를 저에게 푸시는지 모르겠지만, 소상히 설명드렸다. 가급적 적극적으로 검토해 제출하겠다는데 그마저 시간을 못 주신다는 것은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반박했다.



김 위원장은 "청와대라고 해서 국회를 계속 이렇게 무시하고 국회에 대해 냉소적 입장을 취하고…"라면서 "집권당의 비호 속에서 운영위에 협조를 안 한다면 위원장으로서 심각한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언제까지 제출하겠느냐"며 임 실장을 거듭 압박했다.
임 실장이 "회의 진행 중에 다른 사람들이 검토해서 가급적 빠른 시간안에라도 하겠다"고 답했고, 김 위원장은 "임 실장님, 여기는 국회입니다"라며 착석을 요청했다.
실랑이는 여기서 일단락되는듯했다.
하지만 임 실장이 자리로 돌아간 후 "그런데 위원장님, 왜 저에게 이러시는지 진짜 모르겠다"며 "오전에 성실히 답변했다. 왜 저쪽에 불러 세우시는지도, 위원장님 명이라 나갔지마는…"이라며 김 위원장의 행동에 문제를 제기하며 언쟁은 계속됐다.
김 위원장은 "오전에 의원들의 자료제출 요청에 성실히 임하지 않는다면 엄중한 진행을 하겠다고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며 "그런데도 오후까지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것은 국회를 무시하는 처사다. 그래서 항의 입장으로 발언대에 세웠는데 잘못됐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임 실장은 작심한 듯 "예,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따르긴 했지만 잘못했다고 생각한다"며 거듭 항의했다.
임 실장은 또 "국회에 와서 국회를 무시하는 기관이 어디 있겠느냐. 얼마간 시간을 주십사 말씀드리는 게 왜 국회의 권능에 대한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항변했고, 김 위원장은 "뭔가 특권 의식이 있기 때문에 그렇다고밖에 볼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 간의 날 선 신경전에다 여야 의원들의 항의와 공방까지 겹치면서 회의장이 어수선해지자 김 위원장은 10분간 정회를 선포한 뒤 회의를 재개했다.
이날 운영위에선 청와대 보고시간을 놓고도 여야 간에 설전이 벌어졌다.
애초 간사간 협의에서 오전으로 한정한 청와대 업무보고를 김 위원장이 오후까지 연장하자 여당은 거세게 반발했다.
민주당 간사인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는 "기존 협의를 존중하고 변경할 사정이 있으면 수석 간 합의를 촉구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김 위원장의 결정에 불만을 표시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청와대 관계자 여러분은 박 의원의 처절한 노력을 높이 평가해 달라"고 응수했고, 그러자 우원식 원내대표가 직접 나서 "비아냥하는 것은 매우 모욕적 발언"이라고 항의했다. 다른 민주당 의원들의 비판과 항의 발언도 쏟아졌다.
한국당 김성원 의원은 "여당에서는 청와대를 위한 국회로 운영하려고 한다"며 여당을 비판했고, 바른미래당 오신환 의원 역시 "청와대 업무보고는 필요하다면 하루가 아니라 이틀이라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kyungh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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