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 경기 후 기자회견서 쏟아진 라이벌 구도 질문
평창올림픽 최고 맞대결 예고
(강릉=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올림픽 첫 맞대결을 펼친 러시아 예브게니야 메드베데바(19)와 알리바 자기토바(16)는 여느 10대 소녀들과 다를 게 없었다.
두 선수는 21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을 마친 뒤 언제 경쟁했느냐는 듯 웃으며 기자회견에 참가했다.
금메달 유력 후보로 꼽혔던 메드베데바는 81.61점의 세계기록을 세웠지만, 뒤이어 나온 자기토바가 82.92점의 세계신기록을 세우는 바람에 2위로 쇼트프로그램을 마쳤다.
아쉬움이 남을 뻔했지만, 메드베데바는 자기토바와 시종일관 농담을 주고받으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이날 기자회견엔 3위를 기록한 캐나다 케이틀린 오스먼드도 참가했다. 그러나 질문은 메드베데바, 자기토바에게 집중됐다.
두 선수에겐 '라이벌 구도'에 관한 질문이 쏟아졌다. 그러나 두 선수는 의연하게 답변했다.
메드베데바는 올림픽 무대에 선 기분을 묻는 말에 "메달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 클린 연기를 하는 것이 내 목표"라며 다소 뻔한 답변을 했다.
'자기토바와 같은 코치진 밑에서 훈련하고 있는데, 이런 환경이 자기토바와 경쟁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도 메드베데바는 "난 말씀드린 대로 클린 연기에만 집중한다"라고 말했다.
자기토바 역시 "코치가 같다는 것과 연기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라며 "나는 이곳에 경험을 쌓으려고 왔고, 클린 연기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경쟁구도를 유도하려고 여러 질문을 던지는 전 세계 취재진과, 이를 상투적인 답변으로 피해가려는 두 선수의 '기 싸움'은 기자회견 내내 계속됐다.
메드베데바는 "자기토바는 좋은 친구다. 우리는 함께 훈련하고 항상 많은 대화를 나눈다"라고 강조했다.
두 선수는 간혹 마이크에서 입을 떼고 따로 대화를 나누는 등 긴밀한 관계임을 몸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비슷한 질문이 계속되자 자기토바는 한발 물러서는(?) 답변을 했다.
그는 "훈련을 하거나 경기에선 라이벌의 느낌을 받기도 한다"라며 "하지만 부정적인 느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자기토바는 메드베데바를 쳐다보고 "나머지는 언니가 좀 이야기해달라"고 말해 좌중을 웃겼다.
마이크를 이어받은 메드베데바는 "우리도 인간이다. 어린 소녀들이다"라며 웃은 뒤 "우리는 모든 것을 이야기 나눌 정도로 절친한 사이지만, 반드시 경쟁해야 하는 사이인 것도 맞다. 우리는 최고의 플레이를 펼치며 함께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메드베데바는 평창올림픽의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다.
그러나 부상으로 주춤한 사이 자기토바가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며 메드베데바의 자리를 위협했다.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OAR)라는 이름으로 평창올림픽에 출전한 두 선수는 쇼트프로그램부터 나란히 세계기록을 세우며 세기의 대결을 펼쳤다.
맞대결의 정점인 프리스케이팅은 오는 23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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