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의사당 방문해 의원들에게 요구…미국 곳곳서 시위 동참
10대들이 총기규제 강화 이끌어낼지 주목…전문가 "정치 관심 늘어나"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17명의 목숨을 앗아간 미국 플로리다 주 고등학교 총기 참사에 분노한 10대 학생들이 21일(현지시간) 미국 곳곳에서 한목소리로 총기 규제 강화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AP·AFP통신에 따르면 총격 사건이 일어난 파크랜드의 마조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교 학생들을 비롯한 청소년들은 이날 플로리다 주도 탤러해시에서 시위를 열어 총기법 개정과 공격용 총기 판매 금지 등을 요구했다.
마조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교 학생 100여 명은 주 의원들을 만나 총기법에 대한 조치를 요구하기 위해 8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탤러해시에 있는 주 의회 의사당까지 왔다.
이 학교 학생 플로렌스 야레드는 "수백만 번 걸은 학교 복도를 이제 두려움과 슬픔 없이 걸을 수 없고, 핏자국과 시신을 떠올리지 않고 걸을 수 없다"며 "모두 AR-15 소총이 일으킨 피해 때문"이라고 호소했다.
시위에 참여한 많은 학생은 의원들이 총기법 개혁 문제에 진지하지 않다고 항의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향후 선거에서 전미총기협회(NRA)로부터 기부금을 받는 의원의 당선을 반대하겠다고 경고했다.
이 학교 학생 덜레이니 타는 "의원 몇 명과 이야기했는데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여러분을 계속 생각하겠다. 여러분은 강하다'였다"며 "우리는 총기 개혁과 상식적인 총기법을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를 위한 생각과 기도는 충분하며, 당신들이 우리를 지지한다면 오래전에 변화를 만들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발언대에 오른 학생들이 총기 규제 문제를 다루지 않는 공화당 의원들의 해임을 촉구하자 시위 참가자들은 '투표로 몰아내자'는 구호를 외치며 호응했다.
비극적인 참사를 겪은 고교생들에게 연대하는 분위기가 소셜미디어 등으로 확산하면서 플로리다 주를 비롯해 미국 전역에서 학생들이 한뜻으로 시위에 동참했다.
미네소타 주 미니애폴리스 시청 앞에 학생 수백 명이 모였으며, 총기 사건이 자주 일어나는 시카고 도심에서도 학생들이 행진했다.
워싱턴DC 백악관 앞에도 학생 수백 명이 모여 강력한 로비 단체인 NRA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을 촉구했다.
한 학생이 메가폰을 잡고 마조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교 총기 참사 희생자 17명의 이름을 한 명씩 읽자 시위 참가 학생들은 하늘로 팔을 치켜들었다.
그동안 총기 규제를 강화하라는 사회적 움직임이 별다른 성과 없이 흐지부지 끝난 것과 달리 10대들이 주축이 된 이번 운동은 실제로 정치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 메릴랜드 대학의 사회운동 전문가 데이나 피셔 교수는 학생들의 총기 규제 강화 요구가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에서 정치 운동이 활발해진 시기에 이뤄지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AFP 인터뷰에서 "이 나라의 모두가 과거 어느 때보다 정치에 개입하고 있다"며 "그 결과 사람들은 아이들 문제를 비롯해 예전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정치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ric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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