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대일로 맞선 인도·태평양전략 가세 日·印엔 비난 자제
中언론 "미국,중국이 일대일로로 똑같은 힘 가질까봐 우려"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미국과 호주, 일본, 인도가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에 맞서기 위해 이른바 '인도·태평양전략'을 구체화하는 데 대해 중국 관영 언론과 관변 학자들이 서구가 영향력을 잃을까 봐 불안해한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인도·태평양전략에 가세한 이들 4개국 가운데 미국과 호주만 꼭 집어 비난하고 있어 주목된다. 중국이 이런 '선택적 경계'를 하는 데는 인도·태평양전략 가세 국가 간의 연결고리를 느슨하게 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중국은 최근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 중이고, 작년에 국경분쟁을 벌인 인도와는 가능하면 큰 마찰을 피하려는 기색이 역력하다.
중국은 이와는 달리 '중국 경계'의 핵심인 미국과는 외교·무역 등의 각종 사안에서 대립각을 세우고 있고, 호주와의 마찰도 피하지 않고 있다.
중국의 이런 태도는 주로 국외 독자를 겨냥한 관영 매체인 글로벌타임스의 22일 보도에서 상세하게 드러났다.
이 신문은 우선 호주 파이낸셜리뷰가 미국 고위 관리를 인용해 미국·호주·일본·인도가 동남아 및 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막기 위해 일대일로를 대체할 공동 인프라 프로젝트 수립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한 걸 자세히 소개했다.
신문은 그러면서 미국과 호주의 일대일로 대응 관련 움직임에 주목하고, 맬컴 턴불 호주 총리가 미국을 방문해 이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아울러 미 정보당국이 중국의 경제·정치적 압박이 호주를 포함한 동남아 지역국들의 주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외신의 보도도 상세히 전하고, 미국과 호주가 중국 경계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그러나 일본과 인도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중국이 추진하는 일대일로란 중앙아시아로의 진출을 추진하는 육상 벨트인 '실크로드 경제벨트'와 바닷길을 개발해 동남아시아 등으로의 진출을 모색하는 '21세기 해상실크로드'를 합친 개념이다. 즉, 유럽과 아프리카, 동남아 등 65개국에 도로, 철도, 송유관, 발전소 등을 지어 중국의 영향력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이 담겨있다.
중국이 지난해 일대일로 정상회의를 여는 등 최근 각종 프로젝트 추진으로 동남아 등에도 영향력을 급속히 확대해가자, 미국을 포함한 서구가 공동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글로벌타임스는 분석했다.
중국 사회과학원의 류웨이둥(劉衛東) 미중관계 연구원은 글로벌타임스에 "중국의 발전에 따라 동남아 국가들에 대한 영향력도 저절로 증가하고 있으며 멈출 수 없다"면서,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는 반대로 전 세계 영향력을 감소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사회과학원의 아시아 전문가인 쉬리핑(許利平) 연구원은 미국과 동맹국들의 동남아시아에 대한 영향력 감소가 최근 중국 경계론을 부르고 있다면서 동남아 국가들은 자립적인 현대화를 위해 이전처럼 서구에 복종하는 걸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쉬 연구원은 "중국의 동남아 국가들에 대한 협력은 정치적인 것이 아니라 실질 이익과 경제적 이익, 상호 존중에 기반을 둔 것"이라면서 "중국이 자국 모델을 따르라고 강요하기보다는 동남아 국가들이 자발적으로 중국의 경험에 기대고 있다"고 말했다.
류 연구원은 "미국은 전 세계에서 자신의 힘에 도전하는 세력에 대해 항상 우려하고 있으므로 미국 주도로 다른 국가들과 함께 일대일로의 대체 방안을 찾으려 하고 있다"면서 "미국은 중국이 일대일로를 통해 똑같은 힘을 갖게 될까 봐 걱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는 미국이 전 세계에서 힘을 유지하고 동맹국들을 잃지 않기 위한 행동"이라면서 "중국은 이런 도전에 대응할 때 충분히 전략적 고려를 하는 대국이 되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공산당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글로벌타임스와 환구시보(環球時報)는 공동 사설로 "중국은 국가 자부심을 가지고 국익 수호에 확고한 입장을 가져야 하며 동시에 겸손할 필요도 있다"면서 "중국은 인류공동체 구현과 국제화를 위해 중국 사회의 단합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president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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