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재일교포 단체인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의 여건이(69) 신임 중앙본부 단장은 22일 역점사업으로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특정 집단에 대한 공개적 차별·혐오 발언) 근절과 지방 참정권 운동의 재구축을 꼽았다.
이날 도쿄 미나토(港)구 민단 중앙본부에서 열린 제54회 정기중앙대회에서 3년 임기의 중앙본부 단장으로 뽑힌 그는 기자회견을 통해 "헤이트스피치로 재일교포들이 살기 힘든 시대가 됐다. (헤이트스피치가 없던) 이전으로 돌아가려면 (일본인과의) 유대를 깊게 하면서 이해를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우리의 생각이 어떻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면서 한일 양국 간의 미묘한 상황이 개선되는데 다리 역할을 하고 싶다"며 "이는 우리의 사명으로, 미력이지만 천천히, 그리고 착실히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여 단장은 재일교포의 참정권과 관련, "(지방 선거에서) 투표권을 주는 것 정도는 괜찮지 않으냐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지만, 오해하고 있는 일본인들이 많다"며 "젊은 세대(의 재일교포)가 일본사회 안에서 힘내어 살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재일교포 2세인 여 단장은 1972년 청년회 결성 운동에 참가하면서 민단에 발을 들여놓은 뒤 도쿄 한국청년상공회 회장, 민단탈북자지원센터 대표, 중앙본부 부단장과 의장 등을 거친 '민단통'이다.
여 단장은 입후보 때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선총련)와의 상호 신뢰 회복에 힘쓰겠다"고 포부를 밝혔으나,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실제로 관계 개선이 실현되기는 쉽지 않다는 생각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이 재임하던 2006년 민단과 조선총련이 화해를 선언했을 때 반발했던 인물이다. 당시 내부 반발이 거세지자 민단은 화해 선언을 백지화하고 당시 단장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는 당시 화해 선언에 대해 "그런 일이 다시 생긴다면 마찬가지로 뒤집을(철회시킬) 것"이라며 "총련이 북한의 일본인 납치와 재일교포의 북송, 북한의 핵 개발 문제에 대해 반성한다면 같은 민족끼리 대화할 수 있지만, 아직은 그런 조건이 성립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여 단장은 2015년의 한일 정부간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 "국가 간의 약속이니 그건 제대로 해달라는 것이 민단의 계속된 입장"이라고 말했다.
재일민단은 작년 2월 외교부에 부산 소녀상 이전을 요구하는 '요망서'를 전달하고 한국 정부에 위안부 합의를 지킬 것을 요청했다가 거센 비판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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