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관심 익숙지 않아 인터뷰 정중히 거부…"어깨가 무겁다"
(강릉=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몰랐어요" "어리둥절해요"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스타로 떠오른 여자컬링 대표팀은 자신이 몰고 온 컬링 열풍을 실감하지 못한다.
경기에만 집중하겠다는 각오로 휴대전화를 자진 반납해 외부 소식을 차단한 이유가 크다.
선수촌과 경기장만 왔다 갔다 하는 선수들은 점점 뜨거워지는 관중 응원 열기와 취재진과 인터뷰 과정에서 인기를 어림짐작할 뿐이다.
평창동계올림픽 여자컬링 예선 마지막 경기인 덴마크전이 열린 21일 강릉컬링센터에는 '열성 팬'들이 등장했다.
선수들의 이름을 크게 쓰거나 얼굴을 그린 대형 플래카드를 흔드는 팬들이 수도 없이 발견됐다.
응원 구호는 '대∼한민국'에 국한되지 않고 "영미 파이팅", "김은정 파이팅" 등으로 다양해졌다.
덴마크를 완벽히 제압하자 팬들은 선수들에게 선물을 전달하고, 사진 요청도 했다.
선수들은 "저요?"라며 놀라워하는 반응을 보였다.
선수들이 깜짝 놀라는 이유는 분명하다.
컬링이 이렇게 환대받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김영미는 "아무리 큰 전국대회가 열려도 관중이 하나도 없는 경기장에서 컬링을 했다"고 말했다.
영화 '트루먼 쇼'에서 짐 캐리가 연기한 남자 주인공은 자신의 행동 하나하나가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는 것을 모른 채 살아간다.
여자컬링 대표팀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스스로 모르려고 노력한다는 점이 다르다.
선수들은 이런 환경 변화에 행여나 마음이 들뜰까 봐 더욱 외부 소식에 귀를 막고 있다.
덴마크전 승리 후 선수들은 공동취재구역에 나타나지 않았다.
김민정 여자컬링 감독은 기자들에게 "죄송합니다"라며 정중히 양해를 구했다.
김 감독은 "경기에만 집중하고 싶다. 정신적인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 선수들은 오늘 밤에는 푹 쉬고, 내일은 머리를 비우는 시간을 가질 것이다. 가능한 한 인터뷰는 안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관중들의 응원은 대회 기간에 늘 보이는 부분이어서 선수들이 크게 동요하지는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저는 선수들이 마음을 더 가라앉히고 한 박자 쉬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감독은 선수들이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 준비 과정에서는 예상하지 못했던 반응을 할까 봐 우려하고 있다.
김 감독은 "우리는 관중 경험이 없다. 그래서 이 경기장에서 모의 경기를 하고 싶다고 연맹에 요청한 것이었는데 이뤄지지 않았다. 아이스 적응은 우리가 해낼 수 있다. 하지만 관심은 우리가 제어할 수 없다. 어느 정도 차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컬링이 그동안 관심 밖에 있던 종목이어서 선수들이 미디어 대응에도 익숙지 않다고 김 감독은 덧붙였다.
김 감독은 "한국에서 컬링이 환대받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응원이 기쁘면서도 걱정이 된다. 선수들이 마음을 다잡았으면 하는 생각도 솔직히 든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우리는 새 역사를 쓰고 싶다는 사명감이 있다. 사람들이 우리를 알아보고, 응원해주고, 컬링 용어를 알아 가고…. 우리가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어깨가 무거워진다"며 더욱 책임감 있게 경기에 임하겠다고 다짐했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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