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강 1위로 마친 뒤 회전에서 기문 통과하지 못해 실격
(정선=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스키 여왕' 린지 본(34·미국)의 마지막 올림픽 무대는 허무하게 끝났다.
본은 22일 강원도 정선군 정선 알파인센터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알파인스키 여자복합 회전 경기 도중 기문을 통과하지 못해 실격했다.
앞서 열린 활강경기에서 1분 39초 37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던 본은 회전 경기를 마치지 못하면서 고개를 떨궜다.
숱한 부상과 수술을 극복하고 8년 만에 올림픽에 복귀한 본은 이번 대회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손꼽혔다.
자신의 주 종목인 활강에서 동메달을 얻는 데 만족한 그는 메달을 얻을 마지막 기회를 놓쳤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만난 본은 "신체적인 역량이 더는 따라주지 않는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경기에 만족한다. 행복한 기분으로 집에 갈 수 있을 것 같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무릎이 좋지 않은 본은 회전 종목 연습을 거의 하지 않았다. 올림픽을 준비하며 3번 타본 게 전부다.
활강 경기 후 "실전에 강하다"며 자신감을 드러냈지만, 그의 말대로 '머리는 아는 데 몸이 안 따라주는' 상황에 직면하고 말았다.
본은 "쭉 스키를 타면서 자랐다. (회전 경기는)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 아는데도 몸이 안 따라줬다. 이런 상황이 굉장히 짜증이 난다"면서 "잦은 부상으로 예전 자리에 돌아가는 게 힘들다는 건 안다. 난 최선을 다해서 싸웠다. 그런데도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점이 날 힘들게 한다"고 토로했다.
평창올림픽 알파인스키에서 남은 종목은 24일 열릴 팀 이벤트 하나다.
그러나 본은 "집으로 돌아갈 때"라며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지난 시간을 머릿속으로 더듬던 본은 "선수로 뛰는 걸 가장 좋아한다. (올림픽에서) 경쟁하는 걸 그리워할 것 같다. 계속하고는 싶지만, 몸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게 너무 속상하다"고 털어놨다.
이 말을 하면서 본의 눈시울은 점점 붉어졌다. 그는 "미안하다"며 감정을 수습한 뒤 "그래도 난 최선을 다해서 싸웠다"며 애써 웃었다.
본의 올림픽은 끝났지만,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에는 계속해서 출전한다.
월드컵 통산 81승으로 여자 선수 최다승 기록을 보유한 본은 잉에마르 스텐마르크(스웨덴·86승)가 보유한 남녀 통산 최다승에 도전한다.
본은 "한 시즌 안에 기록을 깨면 좋을 것 같다. 이것을 목표로 계속 싸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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