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한국GM 협상, '3대 원칙' 지키면 문제 없다

입력 2018-02-22 19:19   수정 2018-02-22 19:27

[연합시론] 한국GM 협상, '3대 원칙' 지키면 문제 없다

(서울=연합뉴스) 한국GM 정상화 방안을 찾기 위한 정부와 제너럴모터스(GM)의 협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배리 엥글 GM 총괄 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GMI) 사장은 22일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 이인호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등을 만나 한국GM 문제를 협의했다. 엥글 사장은 전날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을 만나 산은이 요구한 한국GM 실사 조건을 수용하고 조만간 실사를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한국GM은 23일 긴급이사회를 열어 GM 본사와 계열사에서 빌린 차입금의 만기연장과 담보설정 문제를 임시주총 안건으로 올릴지 논의한다.

엥글 사장이 정부와 정치권을 접촉하면서 제시한 요구사항은 크게 네 가지인 것 같다. 우선 한국GM에 빌려준 27억 달러를 출자전환 할 테니 산은도 지분율(17%)만큼 증자에 참여하라는 것이다. 이 경우 산은이 부담할 몫은 5천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 또 한국GM에 28억 달러를 신규 투자하겠으니 산은도 지분율에 비례해 신규 투자하라는 것이다. 산은이 이에 응하려면 대략 5천억 원이 더 필요하다. 이달 말 도래하는 대출금 5억8천만 달러(7천220억 원)의 만기를 연장하는 대신 한국GM 자산을 담보로 제공하라는 것도 들어 있다. 2대 주주인 산은이 담보 제공에 동의하라는 뜻이다. 한국GM 공장 일대를 외국인 투자지역으로 지정해 달라는 요구도 있다. 신규 투자금이 들어가는 공장에 대해 세제와 재정지원 혜택을 받으려는 것 같다. GM은 이런 요구사항이 모두 수용되면 한국GM에 경쟁력 있는 신차 2종을 배정해 연간 50만대의 생산량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한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 대주주의 책임 있는 역할 ▲ 이해 당사자의 고통분담 ▲ 장기 지속 가능한 정상화 방안 마련 등 3대 원칙을 제시했다. 금주 초 경제현안 조정회의에서 관계 장관들과 협의한 내용이라고 한다. GM 측 요구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은 대략 정리된 것 같다. 고 기재부 차관은 이날 엥글 사장에게 한국GM에 대한 신규투자에는 GM 측과 조건을 협의해 참여할 수 있지만, 유상증자 참여는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주주인 GM의 경영 잘못으로 빚어진 기존 대출금 문제는 GM이 책임져야 한다는 뜻이다. 긴급이사회에서 논의될 담보 제공 문제에 대해서도 산은 추천 이사를 통해 반대하기로 했다. 정부는 외투 지역 지정도 현행법상 어렵다는 입장이다. 결국, GM의 요청에 대한 정부 입장은 한 가지만 빼고 어렵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물론 향후 협상에서 달라질 변수는 있다. 하지만 김 부총리가 밝힌 3대 원칙에서 크게 벗어나기는 어렵다고 봐야 한다. 조건부이긴 하지만 정부는 신규투자 가능성을 열어 놨다. GM 측이 신뢰할 만한 투자 계획을 마련해 우리 정부와 협상하기 바란다. GM은 호주 정부가 지원을 중단하자 곧바로 호주에서 철수한 전력이 있다. 한국 정부의 신규투자를 끌어내려면 지속 가능한 방안을 제시해 이런 불신을 씻어내야 할 것이다. 글로벌 네트워크가 무너진 상황에서 어떤 차종을 투입해 어떻게 판매할 것인지, 신규 투자금 28억 달러는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인지도 상세히 밝혀야 한다. 높은 매출원가, 고금리 대출, 불합리한 거래 관계 등을 둘러싼 의혹도 풀어야 한다. 산은 실사에도 충실히 응해야 하는 이유다. 현재 임단협을 진행 중인 노조 역시 고통분담 방안을 내놓아야 마땅하다. 한국GM은 GM의 글로벌 네트워크 안에서 제조원가가 가장 높은 사업장이라고 한다. GM이 판매 경쟁력이 담보되는 차종을 배정하고 싶어도 이런 고비용·저효율 사업장에는 맡기기 어렵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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