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북·미 상대 '중재외교' 더 박차 가해야

입력 2018-02-22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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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북·미 상대 '중재외교' 더 박차 가해야

(서울=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맏딸인 이방카 백악관 선임 고문이 23일 처음으로 우리나라를 찾는다.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한 미국 대표단을 격려하고 26일 폐회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관심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일 아끼는 그를 통해 보낼 메시지다. 특히 남북대화 진전과 비핵화를 위한 북미대화 등에 관한 메시지가 뭐냐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 제안과 북미 간 최고위급 접촉 무산 등의 이슈가 있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관련 언급이 없고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도 이뤄지지 않고 있어 궁금증을 자아낸다. 한 달 정도면 올림픽과 패럴림픽이 모두 마무리된다. '평창 이후' 한반도 정세의 향방에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은 매우 중요하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비롯한 트럼프 행정부 고위인사들의 최근 발언은 다소 혼란스럽다. 트럼프 대통령이 확실한 메시지를 내놓기 바란다.

북한은 올림픽 폐회식 참석을 위한 고위급 대표단을 25일부터 사흘간 파견하겠다고 우리측에 통보해왔다. 김영철 노동당 통일전선부 부장 겸 당중앙위 부위원장이 단장이라고 한다. 시기와 장소가 겹치는 만큼 이방카 선임 고문과의 접촉 가능성이 일각에서 거론되기는 했지만, 미국은 물론 우리 정부도 그럴 일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불과 2주 전 양국이 최고위급에서 만남을 시도했다가 무산됐고 그 과정에서 상대의 인식을 확인한 만큼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그렇기에 북한과 미국을 각각 상대로 한 문 대통령의 중재외교 행보가 더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이방카 선임 고문과는 만찬회동을 하고,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김영철 단장과도 회동할 것으로 보인다. 이방카 고문에겐 남북대화에 이은 북미대화의 개시 필요성을, 김 단장에겐 북한의 비핵화 의지 표명의 시급성을 각각 설득할 필요가 있다. 시간이 별로 없다.

문 대통령은 이방카 선임 고문을 위한 만찬을 청와대 경내의 상춘재에서 베푼다. 문 대통령의 취임 후 상춘재를 다녀간 정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유일할 정도로 상춘재는 특별한 곳이다. 이방카 선임 고문을 '정상급' 수준에서 예우하겠다는 뜻이다. 미국의 올림픽 축하사절이어서 극진히 대접한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지만, 아버지인 트럼프 대통령과의 친밀도나 미 행정부 내 실질적 위상을 고려했음은 물론이다. 그가 가져올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도 중요하지만, 그가 문 대통령의 메시지를 어떻게 전할지도 중요하다. 지금은 북미 대화가 성사돼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의 계기를 마련할지가 달린 중대한 갈림길이기 때문이다. 이방카 선임 고문이 큰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문 대통령은 김영철 단장도 접견할 것으로 보인다. 김 단장과 파트너인 서훈 국정원장의 회동도 점쳐진다. 이번에 김정은 위원장에게서 비핵화 의지를 듣고 싶다. 그래야 미국을 설득할 수 있어서다. '북한이 보여준 비핵화 징후가 있었다'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국회 답변이 사실이길 바란다. 한미가 연합군사훈련 시행 시기를 3월 하순에 발표한다는 것은 기정사실이 됐다. 그전에 '평창 이후'에 대한 그림이 나와야 한다.

북한 고위급대표단장으로 김영철 위원장이 내려오는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그가 2010년 천안함 폭침 당시 북한의 정찰총국장이어서 사건의 주도 인물 중 하나로 알려진 데다가, 한국과 미국 정부의 독자제재 대상이라는 점에서다. 이에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 야권에선 "천안함 폭침 주범은 대한민국 땅을 밟을 수 없다"면서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하지만 정부는 김 단장이 천안함 폭침의 주범인지 정확치 않을 뿐더러, 북 대표단의 올림픽 폐회식 참가가 남북관계 개선 등 한반도 긴장완화에 도움이 된다며 수용 방침을 분명히 했다. 제재대상인 김 단장의 방남 허용을 두고 미국과 협의 중이라고도 밝혔다. 제재 대상인 김 부위원장을 굳이 단장으로 파견하는 것이 대북 제재 전선을 흩트리려는 일련의 계산된 행동이라는 비판도 있다. 설사 그렇다 해도 우리가 주최한 평화올림픽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다는 대국적 견지에서 볼 필요가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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