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암살 동남아 여성 "북한인들, 마카오행도 요구했었다"

입력 2018-02-22 20:09  

김정남 암살 동남아 여성 "북한인들, 마카오행도 요구했었다"
中 보호 뚫고 거주지서 살해하는 방안도 추진했던 듯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의 암살을 주도한 북한인 용의자들이 인도네시아인 여성 공범에게 한때 마카오행을 지시했다는 법정 진술이 나왔다.
이는 범인들이 김정남과 가족이 거주했던 중국령 마카오에서 범행을 저지르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22일 인도네시아 국영 안타라 통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국적 피고인 시티 아이샤(26·여)의 변호인인 구이 순 셍 변호사는 이날 말레이시아 샤알람 고등법원에서 열린 공판에서 김정남 암살 직전 시티가 마카오행을 요구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현지 경찰 당국자인 완 아지룰 니잠 체 완 아지즈에 대한 반대신문에서 "시티는 작년 2월 8일 쿠알라룸푸르 숭아이 왕 플라자에서 '장'을 만났고, 장은 시티에게 촬영을 위해 마카오에 갈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장은 같은달 13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시티의 손에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를 발라주고 김정남을 공격하게 한 북한인 용의자 홍송학(35)의 가명이다.
구이 변호사는 "장은 이와 함께 시티에게 마카오행 항공권을 사라며 4천 링깃(약 110만원)을 줬다"고 말했다.
그는 시티가 그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촬영이 잘 돼서 재계약이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글을 올리는 등 리얼리티 TV용 몰래카메라를 찍는다는 북한인들의 말에 완전히 속은 상태였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완 아지룰은 경찰에 붙잡힌 시티가 그렇게 진술한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로 항공권을 구매하지는 않았다고 답했다.
실제 시티는 그 이후 자신을 현지에서 영입한 북한국적자인 리지우(일명 제임스·31)에게서 "마카오행은 취소됐지만, 촬영은 계속한다"는 연락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티는 작년 2월 13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베트남 출신 피고인 도안 티 흐엉(30·여)과 함께 김정남의 얼굴에 VX 신경작용제를 발라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아왔다.
시티와 도안에게 VX를 건네고 김정남의 얼굴에 바르도록 지시한 북한인 용의자 홍송학과 리재남(58), 리지현(34), 오종길(55) 등 4명은 범행 당일 출국해 북한으로 도주했다.
리지우는 출입국 기록이 확인되지 않았으나 역시 해외로 도주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티와 도안은 쿠알라룸푸르 시내에 남아 있다가 잇따라 체포됐다.
변호인들은 두 피고인이 북한 정권에 의한 정치적 암살에 도구로 이용된 뒤 버려졌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말레이시아 검찰은 이들이 살해 의도를 갖고 범행을 저질렀다는 입장이다.
말레이시아 법은 고의로 살인을 저지를 경우 예외 없이 사형을 선고하도록 규정하기에 유죄가 인정될 경우 시티와 도안은 교수형에 처할 수 있다.
hwang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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