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대중문화에 640억 달러 민관 투자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사우디아라비아 엔터테인먼트청(GEA)은 22일(현지시간) 수도 리야드에 오페라하우스를 착공했다고 밝혔다.
아흐마드 빈아킬 알카팁 GEA청장은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미 리야드 오페라하우스 건설을 시작했다"면서 "우리가 원하는 국제적 수준을 충족하는 시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중문화(엔터테인먼트) 분야에 앞으로 10년간 640억 달러(약 69조원)를 정부와 민간이 투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공연장에선 그간 사우디에서 보기 드물었던 서방의 오페라와 가수 콘서트, 뮤지컬 등 공연이 열린다.
앞서 GEA는 전날 올해 국민이 즐길 수 있는 행사 5천500개를 개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GEA는 지난달 '다른 데로 놀러가지마'라는 캠페인을 벌여 '재미'를 찾아 다른 나라에 가지 말고 자국에서 마련된 대중 문화 행사를 보러 오라고 홍보했다.
알카팁 청장은 "2020년엔 진정한 변화를 체감하게 될 것"이라며 "(예전엔 사우디에서 바레인으로 즐기러 갔는데) 이제 바레인 사람들이 거꾸로 사우디에서 열리는 엔터테인먼트 행사를 보려고 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엔터테엔먼트 산업에서 일자리 1천7천개가 창출됐는데 올해엔 22만개로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사우디 사회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이 지배하는 탓에 감정을 외부로 되도록 표출하면 안 되는 분위기였다. 여성은 더더욱 노래, 춤, 연극과 같은 대중 예술 참여가 극히 제한됐다.
자연스럽게 부가가치가 큰 대중 문화산업이 매우 부진했다.
그러나 사우디 정부는 2년 전부터 국민이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대중문화를 진흥하는 정책에 집중하고 있다.
외국 음악가의 공연을 남녀가 섞여 관람하고, 미술 전시회, 영화제, 코스프레 행사 등이 지난해부터 잇따라 열렸다. 올해 3월에는 1980년대 초반 금지했던 상업 영화관을 약 35년 만에 재개하기로 했다.
GEA는 지난달 사우디 18개 도시에서 루미나리에, 에어쇼, 서커스 공연, 미술품 전시 등 45개 행사를 열었고 여성의 축구 경기장 입장도 허용했다.
'재미를 주는 이벤트'는 사우디 정부가 중점을 둔 관광 산업 육성과도 이어진다.
이런 행사를 주도하는 GEA는 2016년 5월 사우디 실세 왕자엔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직접 설립했다. 빈살만 왕세자는 사우디가 탈석유 시대를 맞아 세운 사회·경제 개혁 계획인 '비전 2030'의 틀 안에서 이런 변화를 추진 중이다.
세속적 재미를 지나치게 제한했던 사우디의 이런 변화를 두고 온건한 이슬람이 지배하는 정상국가로 향하는 개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사우디 인구(외국인 제외 2천만명)의 절반이 25세 이하인 만큼 기존의 통제는 유효기간이 만료했다는 것이다.
동시에 저유가 장기화로 복지 혜택이 축소되고 왕가 중심의 기득권층에 대한 국민의 불만을 통속적 대중문화를 통해 해소하고 인권 탄압의 현실을 가리려는 일종의 '우민화' 정책이라는 비판도 받는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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