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동계올림픽에 나서는 쇼트트랙 선수들에게 "가장 메달을 따고 싶은 종목이 뭐냐"는 질문은 묻는 사람도, 대답하는 선수도 모두 '정답'을 알고 있다.
선수들은 한 번의 예외도 없이 "계주 금메달이 가장 따고 싶다"는 대답을 내놓는다.
특유의 '지옥훈련'을 견디며 동고동락해 온 동료 중 누구도 '패배자'로 고개를 숙이지 않고 함께 시상대에 설 수 있는 종목이 계주이기 때문이다.
개인 종목에 출전하지 못한 멤버까지 함께 메달을 목에 걸 수 있다는 점에서도 선수들에게 계주 성적은 특별하다.
안방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준비해 온 남자 쇼트트랙 대표 선수들은 더욱 강렬하게 계주 금메달을 원했지만, 아쉽게도 다음 기회를 기약해야 했다.
남자 대표팀은 22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5,000m 계주 결승에서 6분42초118의 기록으로 4위에 머물렀다.
경기 중반까지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이던 대표팀은 23바퀴를 남긴 상황에서 선두를 달리던 임효준이 코너에서 미끄러지면서 순위 경쟁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남자 대표팀이 5,000m 계주 금메달을 따내고 싶었던 이유는 또 있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남자 대표팀이 '노메달'에 그쳤기 때문이다.
한국은 남자 5,000m 계주에서는 다른 종목만큼 '절대 강자'는 아니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것은 김기훈을 앞세운 1992년 알베르빌 대회, 안현수가 맹활약한 2006년 토리노 대회 등 두 번뿐이었다.
하지만 1998년 나가노 대회 은메달, 2010년 밴쿠버 대회 은메달 등 꾸준히 메달을 수확해 온 종목이 남자 계주다.
한국이 쇼트트랙 남자 계주에서 '노메달'에 그친 때는 1994년 릴레함메르,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2014년 소치 대회 등 세 번 있었다.
노메달에 그치고 나면 남자 쇼트트랙은 다음 대회에서 반드시 메달을 수확하며 '설욕'에 어느 정도 성공하곤 했다.
그러나 최악의 분위기에서 치렀던 소치 대회에 이어 안방 올림픽이 열린 평창에서도 메달 수확에 실패하면서 처음으로 두 대회 연속 노메달에 머물고 말았다.
선수들은 순위가 발표된 이후 빙판에 주저앉아 진한 아쉬움을 표현했다.
그러나 강릉 아이스아레나의 관중들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달린 선수들을 향해 따뜻한 박수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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