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타 전쟁범죄에 서방 "학살 멈추라"…러시아 마이동풍

입력 2018-02-23 09:29  

동구타 전쟁범죄에 서방 "학살 멈추라"…러시아 마이동풍
유엔·미국·독일 등 즉각휴전·러시아 태도변화 촉구
국제구호단체 "실시간 재앙"…러시아 대사관 앞 항의시위도

(서울=연합뉴스) 한상용 기자 = '학살'에 가까운 민간인 참극이 벌어진 시리아 동(東) 구타 사태와 관련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30일 휴전' 결의안 채택이 러시아 반대로 무산되면서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엔과 미국, 독일 등은 동구타 유혈사태의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하고 있지만, 러시아가 시리아 정권을 여전히 두둔하면서 해법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22일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유엔 안보리 15개 이사국이 이날 회의에서 대부분 결의안 초안에 찬성의 뜻을 밝혔으나 시리아 정부군을 지원하는 러시아가 부정적 입장을 표명하면서 표결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 러시아는 결의안 수정안을 제시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자 유엔 내부에서는 물론 미국과 독일, 국제 구호단체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마크 로콕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인도주의적 재앙이 우리 눈 앞에 펼쳐지고 있다"며 동구타 주민에게 식량과 의료품이 전달될 수 있도록 유엔 안보리가 극히 필요한 휴전을 명령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로코 국장은 이어 지난해 12월1일 이후 봉쇄된 동구타의 인구 중 2%도 안 되는 주민만이 원조를 받았다며 인도주의적 지원 부족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동구타 휴전 결의안 초안을 마련한 스웨덴의 올로프 스쿠그 주유엔 대사도 유엔 안보리의 역할은 전쟁 중인 당사자들이 적대 행위를 중단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것이라며 안보리 이사국들에 휴전 결의안을 지지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또 "우리는 모두가 참여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러시아 요구를 반영해 23일께 다시 표결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사람들이 사는 지구 상의 지옥인 그 지역에서 모든 전쟁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휴전 결의를 촉구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러시아 등에 대한 강도 높은 압박을 주문하고 나섰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의회에서 동구타 사태를 두고 "이란과 러시아가 시리아 정부군을 지원하는 만큼 이들 국가에 특히 책임이 있다"고 밝히면서 "우리는 이 학살을 끝내기 위한 모든 것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시리아 정권은 테러리스트들이 아닌 자국민과 싸우고 있으며 어린이들을 죽이고 병원을 파괴했다. 이는 비판받아야 할 학살 행위"라고 강조했다.


헤더 노어트 미국 국무부 대변인도 이날 "동구타의 상황은 러시아가 그곳에서 벌어지는 것에 유일한 책임이 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러시아가 시리아 정부를 지지하지 않았다면 동구타에서 "대규모 파괴와 대량의 죽음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는 동구타 사태에 "충격을 받았다"며 봉쇄된 지역에 갇힌 민간인들에 대한 즉각적인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리아 민간 수색구조 단체인 '시리아민방위' 대변인은 "동구타가 (시리아군의) 몰살 목표물이 됐다"며 "이는 민간인에 대한 전쟁범죄이다. 우리 대원들이 여성과 어린이를 구하고 민간인을 대피시키려고 하다가 공격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러시아 영사관 앞에서는 항의 시위가 열리기도 했다.
시리아의 유력 야권 지도자를 포함한 시위대 수십명은 터키어와 아랍어로 "러시아는 시리아에서 빠져라" "이란은 시리아에서 빠져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앞서 러시아는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결의안 초안은 완전히 비현실적"이라며 "초안에 대해 완전한 동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을 비호해 온 러시아는 2015년 9월부터 시리아 내전에 군사 개입한 이후 '테러리스트 격퇴' 등의 명분 아래 시리아군을 지원하고 반군 장악 지역을 자주 폭격해 왔다.
gogo21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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