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20% 훈련해 무장하고 보너스 주자" 제안에 여론 들끓어
"학생보호에 도움 안돼·사고 위험"…총기협회 "총이 없어서 타깃되는 것"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김연숙 기자 = 17명의 목숨을 앗아간 미국 플로리다주 고교 총기 난사 사건 이후 규제 요구가 거센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은 '대책'이 들끓는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22일(현지시간) 미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총격 피해 학생과 부모를 초청해 면담하는 중 "무장한 교직원이 있었으면 총기 참사를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교사 무장을 대안으로 언급했다.
이어 22일 열린 주 당국자들과의 간담회에서도 "교사의 20%가 총을 갖고 있다면 총격범이 안으로 들어올 수 없을 것"이라며 총을 소지한 교사들에게 보너스를 지급하는 방안까지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제안한 '교사 무장' 방안이 논란을 빚자 트위터에 "군대나 특별 훈련을 거친 능숙한 교사들에게 은닉 총기를 줄 가능성을 검토하자는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총기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총기보다는 "총격범의 정신건강이 문제"라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이번에는 총기 구매를 규제해 사고를 막자는 목소리에 '총을 총으로 막자'고 대응한 셈이다.
이에 민주당의 척 슈머(뉴욕) 상원 원내대표는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총기로 로비에 굴복했다"며 "전미총기협회(NRA)가 트럼프 대통령을 흔드는 게 놀랄 일은 아니지만, 단지 이렇게 된 게 너무 빨라 놀라울 뿐"이라고 비판했다.
교사들도 들고 일어났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최대 교원단체인 전국교육협회(NEA)의 릴리 에스켈슨 가시아 회장은 "학교 내 총기 반입은 총기 폭력으로부터 학생과 교육자들을 보호하는 데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며 "무고한 아이들과 교육자를 살해하려는 자들의 손에 총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해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른 교원단체인 미국교사연맹(AFT)의 랜디 와인가튼 대표도 교사 무장을 "군비 경쟁"이라고 부르며 "학교를 군사 요새로 만드는 시도"라며 지적했다.
참사를 직접 겪은 마조리 스톤맨 더글러스고의 교사들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당시 교실에서 학생들을 보호했던 교사 멜리사 팔코스키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교사 무장 제안에 대해 "터무니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왜 학교를 군사 시설 취급하고, 교사들이 경찰이나 군인처럼 훈련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교사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자신은 군대에서 총기 사용 자격을 인증받았다면서도, 교사가 총기를 가진다고 학교가 더 안전해진다는 보장은 없다고 강조했다.
법 전문가들 역시 민간인은 총기 취급법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고 사고 우려가 있다는 점을 들어 우려를 표했다.
반면 NRA의 웨인 라피에르 부회장은 "학교는 총기가 없는 공간이라 정신 나간 사람들의 타깃이 되고 있다"며 "나쁜 사람의 총기 사용을 막으려면 좋은 사람이 총기를 사용해야 한다"고 학내 무장화 방침을 옹호했다.
그는 비판진영을 향해서는 "그들 말이 사실이라면 곳곳의 무장인력을 없애면 되지 않느냐. 백악관, 의회, 할리우드의 무장인력도 모두 없애라"고 반박했다.
그사이 총기규제를 외치는 10대들의 행동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3월 24일 예정된 '우리의 생명을 위한 행진'에는 역대 워싱턴에서 열린 집회 중 최대 규모인 50만여명이 참가할 전망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조직위는 국립공원관리청에 제출한 집회 신청서에서 최대 50만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noma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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