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수수·선거법 위반, 4년 임기 중 3번 재선거 치르기도
(함양=연합뉴스) 지성호 기자 = 경남 함양군 임창호 군수가 인사 청탁을 대가로 직원에게서 돈을 받은 혐의로 지난 22일 구속됐다.
그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법원에 도착, 취재진에게 "군민들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책임을 통감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함양군수가 법원에서 고개를 숙이는 모습은 그리 낯설지가 않다.
임 군수의 구속은 1995년 시작한 지방 동시선거에서 당선한 함양군수 5명 중 4번째이기 때문이다.
민선 군수 면면을 보면 제1·2회 지방선거 정용규 군수, 제3·4회 선거 천사령 군수에 이어 제5회 선거에서 이철우 군수가 각각 당선됐다. 그리고 중간에 재선거에 당선된 최완식 군수, 제6회 선거에 임창호 군수가 각각 당선됐다.
초대 민선인 정 전 군수는 임기 동안 법을 위반해 수사를 받은 적이 없다.
그러나 천 전 군수는 군수 재임 때 지역 내 리조트 시행업자에게서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돈을 받았다가 2011년 구속됐다.
이후 천 전 군수는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전 군수도 천 전 군수에게 돈을 준 시행업자에게서 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1년 뒤인 2012년 법정구속됐다.
앞서 그는 2010년 6·2 지방선거 때 유권자들에게 선물을 돌린 혐의로 2011년 기소됐고, 대법원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의 항소심 형량이 확정돼 중도 낙마한 바 있다.
이 전 군수의 낙마로 2011년 치러진 10·26 재선거에서 '깨끗한 선거'를 내세우며 당선한 최완식 군수 역시 2012년 선거법 위반으로 법정구속됐고 결국 군수직을 잃었다.
재임 기간은 이 전 군수는 1년, 최 전 군수는 1년 4개월에 불과했다.
임 군수는 이·최 전 군수가 줄줄이 낙마하면서 2013년 치러진 세 번째 재선거에서 당선됐다.
당시 재선거에서 임 군수는 "낮은 자세로 깨끗한 선거운동을 펼쳐 무너진 군민의 자존심을 일으켜 세우겠다"며 지지를 호소해 주민들의 마음을 얻었다.
그는 2014년 6·4 지방선거에서 재선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그 역시 뇌물수수와 선거법 위반을 피하지 못하고 구속되는 모습을 군민들에게 보여주고 말았다.
그는 뇌물수수와 별도로 군의원들에게 여행 경비를 주는 등 공직선거법을 어겨 1심에서 당선무효형인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고 항소심도 진행 중이다.
임 군수의 구속 사실이 알려지자 함양군청 공무원들은 허탈감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말문을 닫고 서로 대화도 잘 나누지 않아 군청엔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청사에선 인사 청탁이 수년간 이어져 왔다는 소문까지 나돌면서 경찰 수사가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함양군은 강현출 부군수 직무대리 체제로 전환해 행정 공백에 대비하고 있다.
함양군 한 관계자는 "군수 구속 사실을 접하고 나니 공직자의 한 사람으로 부끄럽기 짝이 없다"라며 "하지만 오는 6·13 지방 동시선거에선 정말 청렴하고 유능한 군수가 탄생할 것이라고 다시 한 번 기대를 걸어 보겠다"라고 말했다.
shch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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