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산불 692건 중 입산자 실화 36%…검거율은 15%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설날이었던 이달 16일 낮 경기 김포시 월곶면의 한 야산에서 까만 연기가 피어올랐다.
성묘객 신고를 받은 소방당국과 인근 해병대 2사단 장병들이 급히 출동했지만 불은 1시간 20분 만에 겨우 진화됐다. 임야 1천㎡와 잡목 100여 그루가 모두 탄 뒤였다.
소방당국은 왕래가 잦은 낮에 산소에서 100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불이 난 점으로 미뤄 성묘객이 버린 담뱃불이 원인일 것으로 추정했다.
설 연휴 사흘째인 17일에는 전남 장성군 호남고속도로 장성IC 인근 야산에서 불이 났다. 소방당국이 헬기 3대를 투입해 1시간 여 만에 불길을 모두 잡았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인근 임야 500㎡가 모두 불에 탔다. 소방당국은 인근 주민이 밭두렁을 태우다가 불이 번진 것으로 봤다.
매년 부주의로 인한 산불이 늘어나는 추세지만, 정작 범인을 검거하기는 쉽지 않은 실정이다.
산림청 통계에 따르면 2008년 389건이었던 산불 발생 건수는 지난해 692건으로 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해 발생한 산불 중 가장 많은 254건(36.7%)은 입산자가 낸 실화였다.
쓰레기를 소각하다가 실수로 낸 불은 110건(15.8%)이었고, 논밭 두렁을 태우다가 난 경우도 94건(13.5%)에 이른다.
발생 건수가 많은 만큼 검거 건수도 많아야 할 것 같지만, 입산자 실화 중 범인이 잡힌 사례는 39건(15%)에 불과했다. 불을 낸 10명 중 1.5명꼴로만 검거된 것이다.
2008년 27.2%에 불과했던 산불 가해자 검거율은 2016년 52.2%까지 올라 최대치를 기록했다가 지난해 44.1%로 다시 감소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24일 "산을 이용하는 인원이 워낙 많으므로 현장 감시를 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며 "특히 산불은 불을 모두 끈 뒤에야 정확한 발화 지점을 파악할 수 있어 범인 신원을 파악하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성묘객 실화나 건축물 실화의 경우 범인 검거율이 각각 86%와 75%로 높은 편이다. 산소, 건축물, 논밭 두렁 등은 소유주가 뚜렷해 범인을 특정하기가 비교적 쉽기 때문이다.
소방당국과 산림청은 범인 검거가 어려운 산불의 특성상 진화보다도 예방 활동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현행 산림보호법은 이러한 취지를 담아 산불로 번지지 않더라도 산림 인근 100m 이내에서 허가나 신고 없이 불을 놓다가 적발되면 5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한다.
산림청 관계자는 "주요 산림에서 등산로가 아닌 샛길은 폐쇄하거나 등산 단체들과 협력해 산불 조심 교육을 하는 등 예방책을 펴고 있다"며 "무엇보다 산을 이용하는 시민 개개인이 주의를 기울이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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