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베이징 올림픽 출전은 "4년은 너무 길어요"
한국전쟁 참전한 할아버지 유해 일부 정선 알파인 코스에 뿌려
(평창=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스키 여제' 린지 본(34·미국)이 올림픽 이후에도 쉼 없이 도전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본은 23일 강원도 평창 2018평창동계올림픽 미디어센터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월드컵 최다 우승, 남자 선수들과 경쟁 등 남은 목표를 향해 도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대회 알파인 스키 여자 활강에서 동메달을 따낸 본은 전날 복합에서는 1차 시기까지 선두를 달렸지만 2차 시기에서 기문을 놓치는 바람에 실격됐다.
슈퍼대회전에서는 6위에 그쳐 메달을 따내지 못한 본은 그러나 2010년 밴쿠버 대회 이후 8년 만에 올림픽 시상대에 다시 서는 기쁨을 누렸다.
특히 본은 자신에게 스키를 가르쳐 준 할아버지와 인연이 각별한 한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지난해 11월 별세한 그의 할아버지 돈 킬다우는 한국 전쟁에 참전했으며 본은 전날 AP통신과 인터뷰에서 "할아버지 유해의 일부를 가져와 정선 알파인 코스 인근에 뿌렸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날 기자 회견에서도 본은 "할아버지도 자랑스럽게 생각하셨을 것"이라며 "매우 의미 있는 경기였다"고 평창올림픽을 돌아봤다.
평창올림픽 홍보대사이기도 한 그는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에서 통산 81승을 거둬 잉에마르 스텐마르크(스웨덴)의 86승 기록에 5승이 모자라다.
그는 "이번 시즌도 아직 남았고, 내년에도 기회가 있다"며 "특히 다음 시즌은 올해처럼 올림픽이 열리는 2월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없기 때문에 일정 관리를 하기에도 더 수월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보였다.
본은 또 남자 대회에 출전하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FIS는 올해 5월 본이 미국스키협회(USSA)를 통해 요청한 남자 대회 출전에 대한 안건을 심의할 예정이다.
본은 "남자 선수들과 경기 역시 꼭 이루고 싶은 일 중 하나"라며 "FIS가 승인하지 않을 경우 시범 경기 등 다른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이번 대회 슈퍼대회전에서 스노보드 선수인 에스터 레데츠카(체코)가 우승한 것과 관련해 본은 "나도 어릴 때부터 축구, 체조, 스노보드를 두루 해봤지만 스키를 제일 잘했다"며 "새로운 세대의 선수들이 다양한 종목을 경험하고 싶어하는 것 같고 또 실제로 두 종목 이상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4년 뒤 베이징 올림픽 출전에 대해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4년은 너무 길다"고 부정적으로 본 그는 "이번 올림픽은 매우 의미 있고 내 스키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시간이 됐다"고 만족스러워했다.
본의 뒤를 이을 '차세대 스키 여제'로 주목받는 미케일라 시프린(23·미국)도 기자 회견을 통해 "내가 할 일은 최선을 다해서 스키라는 종목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라며 "더 수준 높은 레이스를 통해 사람들이 보기에 재미를 느끼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 회전 금메달, 복합 은메달을 가져간 시프린은 "앞으로 더 많은 경험을 쌓아야 하고, 스피드 종목에서도 기량을 더 끌어올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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