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무리한 작업 유발하고 피고용인 보호 의무 제대로 이행 안 해"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건물 신축 공사장에서 크게 다친 20년 경력의 베테랑 기술자가 도급업체 운영자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했다.
인천지법 민사21단독 박세영 판사는 창호 기술자 A(46)씨가 한 도급업체 운영자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고 25일 밝혔다.
박 판사는 치료비와 위자료 등 명목으로 4천4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B씨에게 명령했다.
20년 경력의 창호 전문 기술자인 A씨는 2013년 7월 인천시 계양구의 한 건물 신축 공사장에서 출입문 프레임(틀)을 설치하는 공사를 맡았다.
그는 평소 친분이 있던 지인의 소개로 건축주로부터 창호 제작·설치 공사를 맡은 B씨 업체와 작업 계약을 맺고 일했다.
A씨는 작업 중 1층에 조립돼 있던 출입문 프레임을 2층으로 옮기라는 B씨 지시에 따라 아르바이트생 1명과 함께 신축 건물 2층에서 출입문 프레임에 줄을 묶어 끌어 올렸다. 그러나 무리하게 힘을 쓴 탓에 갑자기 허리를 부여잡고 쓰러졌다.
4개월 전에도 허리를 삐끗한 경험이 있던 A씨는 병원에서 파열성 요추간판탈출증, 이른바 허리 디스크라는 진단을 들었다.
이 사고로 A씨는 이듬해 2월까지 7개월간 치료와 요양을 받았다. 치료를 받는 동안 일도 할 수 없었다.
당시 A씨를 옆에서 작업을 보조한 아르바이트생은 별다른 기술도 공사 경험도 없었다. 작업을 지시한 B씨는 당일 처음 본 A씨에게 일을 맡겨두고 작업 현장을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박 판사는 "사용자인 피고 B씨는 피고용인 A씨의 생명·신체·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할 보호 의무가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피고가 미리 조립해 둔 출입문 프레임을 2층으로 끌어 올리게 함으로써 무리한 작업을 유발했고, 체력과 기술이 부족한 아르바이트생이 원고 A씨를 돕게 했다"며 "해당 작업을 전적으로 맡겨두고 공사 현장을 떠나는 등 피고용인에 대한 보호 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박 판사는 경력이 많은 A씨가 출입문 프레임의 무게를 가늠해 더 안전한 방법으로 작업하거나 B씨에게 추가 인력과 장비를 요구할 수 있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은 점을 고려해 B씨의 손해배상 책임을 70%로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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