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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연합뉴스) 이웅 기자 = "고맙습니다."
며칠 전 설악산 사찰을 찾아 남북의 평화를 빌었던 평창올림픽 자원봉사자 야나 베이(58) 씨에게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22일 밤 2018 평창올림픽 쇼트트랙 마지막 경기가 열린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만난 도 장관은 잠시 인사를 하는 사이 야나 씨 얘기를 꺼냈다.
"본인은 집도 없다면서 다른 나라의 평화까지 빌어주는 마음이 너무 고마워서 저도 야나 씨를 위한 기와불사를 할 생각입니다."
다음 날 오전 문체부에 연락해 자초지종을 얘기했더니, 얼마 뒤 몇 장의 사진을 보내줬다.
사진 속에는 야나 씨의 글이 적힌 동(銅)기와 옆에 또 한 장의 동기와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그 기와 위에는 "고맙습니다. 야나 베이의 소원이 이뤄지길 바라며 인도의 평화를 기원합니다"라는 글과 함께 도 장관의 이름이 씌어 있었다.
설악산 흔들바위 옆 계조암석굴의 관음전 석불상으로 보이는 불상을 배경으로 두 장의 동기와가 놓인 모습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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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 일정이 빠듯해 사찰을 직접 찾아가진 못하고 사찰 측에 부탁해 기와불사(기왓장에 글을 적어 하는 축원)를 올렸다고 했다.
작년 6월 취임한 직후부터 북미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도 북한의 이번 올림픽 참가를 성사시키고자 애써왔던 도 장관 입장에서, '평화올림픽'의 의미를 알아주고 지지해주는 한 외국인의 불사가 반가워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가 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찾아낸 수가 똑같은 방식으로 화답하는 것이었으리라 짐작이 갔다.
지난주 평창 메임프레스센터(MPC)에 인도인 자원봉사자가 일한다는 얘기를 우연히 듣고 고민 없이 인터뷰를 요청해 야나 씨를 만났었다. 런던·소치·리우올림픽에 이어 이번 네 번째 올림픽 자원봉사인 야나 씨는 인도에서 35년간 활동해온 베테랑 저널리스트였다.
그는 남북 관계를 분쟁이 끊이지 않는 인도와 파키스탄의 관계에 빗대면서 "남북이 처음 올림픽에서 단일팀을 이루고 선수단이 공동 입장을 하는 역사적인 순간에 함께하게 돼 기쁘다"는 소회를 털어놨다. 그리고 전날 동료와 함께 계조암석굴을 찾아 남북의 평화를 기원하는 기와불사를 하고 온 이야기를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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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ullapi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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