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 원내지도부 겨냥 거친 비방전…상임위 대부분 파행에 정국 빨간불
민주 "박근혜 시절에도 김영철과 대화", 한국 "천안함 폭침 주범 군사재판감"
(서울=연합뉴스) 김경희 이슬기 기자 = 여야는 23일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의 방남을 놓고 거칠게 충돌했다.
여야가 2010년 천안함 폭침 배후로 지목된 김 부위원장이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 참석을 위한 북측 고위급 대표단 단장에 지명된 것을 놓고 정면으로 맞붙으며 정국 긴장은 한층 고조됐다.
특히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이날 청와대를 항의 방문한 데 이어 안보 관련 국회 상임위의 긴급 소집을 요구하면서 대부분 상임위가 파행으로 치달으며, 간신히 정상화된 2월 임시국회에 또 다시 빨간불이 들어왔다.
더불어민주당은 일단 김 부위원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14년에도 남북군사회담 대표로 방남했지만 당시 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은 '대화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는 점을 집중 거론하며 보수진영이 '내로남불'식 무분별한 공세에 몰두하고 있다며 방어막을 높이 쳤다.
추미애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10월 15일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 나선 북측 회담 대표가 김영철 대표"라며 "안보 무능 세력에 불과한 한국당은 자기 나라 잔치에 재 뿌리는 행동을 즉각 그만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도 "한국당이 여당일 때 높이 평가한 회담 당사자 '2014년 김영철'과 지금은 거품 물고 막는 '2018년 김영철'은 어떤 차이가 있냐"며 "이번 일을 핑계 삼아 국회를 또다시 정쟁의 장, 민생입법 거부의 핑계로 삼으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평화당 조배숙 대표도 김 부위원장 방문에 대해 "우려는 있지만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평화는 지켜져야 한다"며 "보수야당의 평화 알레르기가 재발하고 있다. 천안함 폭침의 배후라는 이유로 반발하고 있지만 정작 박근혜 정부 시절 군사회담 파트너로 접촉한 사실이 있다"며 민주당 입장에 적극 동조했다.
반면 한국당은 김 부위원장을 천안함 폭침 당사자로 단정 지으며 그가 한국 땅을 밟는 일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결사반대' 배수진을 치고 나섰다.
홍준표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점입가경이라는 말이 있다. 김영철 북한 정찰총국장의 방한을 두고 생각난 말"이라며 "북한 김정은의 남남갈등, 한미 이간책동에 부화뇌동하는 친북 주사파 정권의 최종 목표는 결국은 연방제 통일인가"라며 문재인 정부를 겨냥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청와대 항의방문에서 "천안함 폭침 주범 김영철 방한을 즉각 철회하라"며 "우리 땅을 밟는 즉시 긴급 체포해 군사법정에 세워야 할 김영철을 문재인 대통령이 받아들인다면 친북 정권의 본색을 여지없이 드러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당은 '김영철 방한 절대 불가' 입장을 담은 결의문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공동대표도 "김영철은 천안함 폭침의 주범으로 국군 통수권자가 해군 46명을 살해한 전범을 만나 대화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이는 대한민국과 우리 군, 국민을 능멸하고 모욕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민주당과 한국당은 전선의 선봉에 선 상대측 원내대표를 직접 겨냥해 성토하며 아슬아슬한 비방전도 이어갔다.
민주당 강훈식 원내대변인은 "국민은 제1야당의 원내대표가 '정쟁 전문가', '파행 전문가'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고, 민주당 보좌진들 사이에선 김영철 방남을 포함해 법사위 체계자구 삭제법·가축분뇨법 등에 대한 한국당 입장변화를 싸잡아 비판하는 '김성태 원내대표,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고 시리즈'란 제목의 글이 돌기도 했다.
한국당 홍지만 대변인은 우 원내대표가 '2014년 김영철과 2018년 김영철은 어떤 차이가 있느냐'고 공개 발언한 것을 겨냥, "정말 모르겠냐고 되묻고 싶지만 정말 모르는 것 같아서 친절히 답해준다"며 "천안함 폭침의 '살인전범' 김영철이 완장 차고 군사회담에 나오는 것과 꽃다발 받으면서 잔칫집에 오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고 응수했다.
김 부위원장의 방남을 둘러싼 극심한 갈등으로 예정된 대부분 상임위는 반쪽 운영됐고, 긴급 소집된 상임위는 파행을 면치 못했다.
애초 법안 심사를 위해 예정된 운영위는 위원장인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의 긴급 출석을 요구하며 정회를 거듭했고, 이 과정에서 김 원내대표와 민주당 지도부는 진흙탕 설전을 주고받았다.
법제사법위 역시 한국당의 일방 소집으로 민주당 불참 속에 '반쪽' 개의했지만,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의원들의 천안함 성토 발언만 이어지다 산회했다.
정보위 역시 한국 당 측 요구로 간담회 형태로 소집됐지만 여야 의원 모두 불참해 제대로 열리지 못했다.
국회 사법개혁특위의 경우 의사일정 조율 요구를 민주당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한국당이 불참 의사를 밝혀 역시 민주당과 정의당 의원만 참석한 채 파행 운영됐다.
kyung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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