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포로AG 선발전에서 넘어지던 그 순간 모든 것 바꾸자고 결심"
"몸무게 감량하고 스케이트 날 교체…주법까지 다 바꿨다"
(강릉=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넘어지던 그 순간, 바로 평창올림픽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스피드스케이팅 단거리 기대주로 꼽히던 김태윤(서울시청)은 2016년 12월 태릉빙상장에서 열린 2017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 선발전에서 넘어졌다.
아시안게임 유력한 메달 후보였던 김태윤은 크게 좌절했다.
그러나 김태윤은 바로 그 순간부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준비에 들어갔다.
23일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m에서 깜짝 동메달을 획득한 김태윤은 "아시안게임 선발전에서 탈락한 뒤 곧바로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 특성에 맞게 몸을 만들었다. 원래 몸무게가 81㎏ 정도 나갔는데 76㎏ 정도까지 뺐다"고 말했다.
김태윤은 힘을 이용해 얼음을 지치는 스타일의 선수인데,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은 비교적 온도가 높아 얼음이 무르다.
다리 힘으로 스케이팅하는 것보다 부드럽게 타는 기술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해 몸무게를 감량했다.
그는 "몸무게가 많이 나가거나 힘을 세게 가하면 얼음이 깨지는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을 인지했다"고 말했다.
이어 "먹는 걸 좋아해 많이 힘들었지만 몸무게를 감량한 게 큰 도움이 됐다"라며 웃었다.
김태윤이 바꾼 건 몸뿐이 아니었다. 스케이트 날과 코너 주법도 바꿨다.
그는 "원래 쓰던 스케이트 날은 속력을 낼 때 효과적이지만 강도가 약했다"라며 "힘을 쓸 때 (잘 받혀줄 수 있어) 좋은 날로 바꿨다"고 말했다.
이어 "이전까지는 힘으로 치고 나가는 스타일이었다면, 코너를 돌 때 눌러 타는 느낌으로 주법도 바꿨다"고 말했다.
일련의 변신은 위험할 수도 있었다.
김태윤도 이런 변화에 확신을 세우지 못했다. 갑자기 몸과 장비, 기술을 모두 바꾸다 보니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대회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냈다.
그는 "오늘 경기 전까지 불안한 마음이 계속됐다"라며 "그러나 모든 것을 내려놓자고 결심하니 마음이 편해졌다"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오늘 몸 컨디션이 좋아 기대 이상의 기록이 나왔다"라고 말했다.
사실 김태윤의 주 종목은 500m다. 그래서 600m 이후 레이스에서 속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단점을 안고 있었다.
그는 "오늘처럼 많은 관중의 함성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라며 "응원 덕분에 막판 스퍼트에서 더 힘을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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