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머리 감독 "반대 심했던 선수들도 금세 친해지더라"

입력 2018-02-24 06:01  

[올림픽] 머리 감독 "반대 심했던 선수들도 금세 친해지더라"
5전 전패로 대회 마감 "승리 없었지만 승리한 것 같았다"
"북한 선수들 매일 지도…배운 북한 단어는 '문지기'"



(강릉=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남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의 2018 평창동계올림픽 공식 일정은 마무리됐지만 새러 머리(30·캐나다) 감독은 여전히 바쁘다.
머리 감독은 지난 22일 강원도 강릉 올림픽 파크 내 코리아 하우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몰려드는 인터뷰 요청을 소화하느라 자유시간이 별로 없다. 폐회식이 끝나면 며칠 여유가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바쁜 와중에도 빼먹지 않는 게 있다. 그는 "어젯밤 북한 선수들에게 비디오 교육을 1시간 정도 했다"며 "북한 선수들이 열정적이다. 계속 가르침을 원한다"고 싫지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
머리 감독은 애초 대회 일정을 마무리한 뒤 북한 선수들을 아이스에서 지도하려고 했지만, 장소가 마땅치 않아 비디오 교육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단일팀은 지난 20일 스웨덴과 7∼8위 순위 결정전을 치렀다. 이 경기에서도 1-6으로 패한 단일팀은 5전 전패, 최하위인 8위로 대회를 마쳤다.
경기가 끝난 뒤 단일팀 선수들은 스웨덴 선수들이 모두 빠져나간 뒤에도 링크에 남았다. 단일팀 선수들은 둥글게 모여서 스틱으로 빙판을 내려쳤다. 관중들은 "우리는 하나다"를 큰소리로 외쳤다.
단일팀 선수들이 팬들에게 인사하는 동안, 경기장에는 1988년 서울 올림픽 주제가였던 코리아나의 '손에 손잡고'가 흘러나왔다.
비록 경기에서 승리는 없었지만, 남북의 자매가 하나가 돼 투혼을 펼치던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커다란 승리였다.



머리 감독은 선수들이 관중들에게 인사를 하는 모습을 보고 울어버렸다.
그는 "4년간 열심히 준비했던 올림픽이 끝나는 순간이었다"며 "대표팀 최종 엔트리를 발표한 지 이틀 뒤에 북한 선수들이 합류했다. 우리 선수들은 쉽지 않았을 테지만 그래도 그들을 환영해줬다. 나는 그런 우리 선수들이 자랑스러워서 눈물이 났다. 우리는 승리하지 못했지만 승리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했다.
그는 "2년에 한 번 울까 말까일 정도로 잘 울지 않는 편이다. 오빠가 2명이라서 거칠게 자랐다"며 "그런데 그때는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얼마나 내가 선수들을 자랑스러워하는지 보여준 눈물이라고 생각해달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25일 북한 선수 12명이 한국 대표팀에 합류하면서 첫걸음을 내디딘 단일팀이 지난 20일 스웨덴전을 끝으로 27일간의 여정을 마감했을 때 머리 감독이 내린 결론은 하나였다.
머리 감독은 "처음에는 걱정과 불안이 많았지만, 그들(북한 선수들)도 한국 선수들도 똑같았다. 같은 코리아의 피가 흐르지 않나. 그저 소녀들이다. 춤추고, 이야기하면서 하나가 됐다"며 "북한 박철호 감독은 어떤 제안에도 열려 있었다"고 설명했다.
마치 쓰디쓴 약을 삼키는 것처럼 마지못해 북한 선수들과 동행한 선수들도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달라졌다고 했다.
머리 감독은 "처음에 극렬하게 반대했던 몇몇 선수들이 나중에는 북한 선수들과 같이 앉아서 웃으며 대화하는 모습을 봤다"며 "밝고 순수한 북한 선수들을 알게 된 뒤에는 마음이 변하더라. 불과 이틀 만에 우리는 하나의 팀이 된 것 같았다"고 웃으며 말했다.
국내에서는 단일팀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았지만, 그 안에 있는 선수들은 빠르게 하나가 됐다.
머리 감독은 "우리는 올림픽이라는 목표에만 집중했다. 다른 어떤 것에도 신경을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 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도 하지 않았다. 선수들도 우리에게 필요한 것에만 집중했다"고 강조했다.



머리 감독은 단일팀을 통해 지도자로서 값진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서로 다른 두 국가의 선수들을 하나로 뭉치게 하면서 배운 게 많았다고 했다. 그렇지만 또다시 단일팀이 결성된다면 이번처럼 준비 기간이 짧아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지금부터 2022년 베이징 올림픽 준비에 들어간다"며 "만약 단일팀을 구성할 생각이라면 4년이 필요하다. 적어도 가능한 한 많은 준비시간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조금 가벼운 화제로 전환했다. 단일팀을 지도하면서 배운 한국말과 북한말이 있는지 물었다.
이에 머리 감독은 "북한말 중에는 골리를 두고 '문지기'라고 하는 것이 재미있었다"고 웃었다. 이어 "한국말 중에는 '거북이'가 좋다. 내가 바다거북을 좋아한다. '거북이'라는 말의 발음이 재미있는 것 같다"라고 미소를 지었다.
changy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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