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철권통치를 휘두른다는 비판을 받는 필리핀과 캄보디아의 국가지도자들이 민주주의와 인권을 놓고 연일 서방 국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24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필리핀 정부는 지난 22일 성김 주필리핀 미국대사를 불러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을 동남아시아의 민주주의 위협 인물로 분류한 미 정보당국의 보고서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미국대사관은 "성김 대사와 살바도르 메디알데아 필리핀 행정장관이 보고서의 필리핀 관련 내용을 집중적으로 이야기했다"며 "미국은 필리핀 정부와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가정보국(NDI)과 중앙정보국(CIA) 등 미국의 정보기관들은 지난 13일 '전 세계 위협평가 보고서'에서 '마약과의 유혈전쟁'을 벌이는 한편 혁명정부 수립과 계엄령 전국 확대 가능성을 거론한 두테르테 대통령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해리 로케 필리핀 대통령궁 대변인은 "두테르테 대통령은 독재자가 아니고 독재 성향도 없다"며 필리핀 정부와 두테르테 대통령의 불편한 심기를 전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22일에는 미국이 분쟁지역에서는 벌이는 전쟁은 대부분 필리핀 안보와 관련이 없다며 앞으로 이런 전쟁에 필리핀군을 파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6년 6월 말 취임 이후 전통 우방인 미국이 자신의 마약 유혈소탕전을 비판하는 것을 내정간섭이라고 반발하는 한편 양국의 연합 군사훈련 목적을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적 패권 확장 견제에서 테러 대응과 구조·구난으로 바꿨다.
오는 7월 캄보디아 총선을 앞두고 캄보디아 정부와 서방 국가들의 마찰음도 커지고 있다.
33년째 권좌에 앉아있는 훈센 캄보디아 총리는 이번 총선에서 승리해 집권 연장을 이루겠다고 공언하며 최대 정적인 제1야당에 반역 혐의를 적용해 해산했다.
독일 외교부는 지난 22일 캄보디아의 야당과 독립언론 탄압을 들어 캄보디아 정부와 사법부, 군 고위 인사들의 사적 여행과 관련한 비자 우대 발급을 중단하기로 했다.
그러자 캄보디아 외교부는 "캄보디아의 정치적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법적 독립성을 완전히 무시한 조치"라며 "정치적 동기가 작용한 것으로 편협하고 위선적"이라고 비난했다.
앞서 유럽연합(EU)은 캄보디아 총선의 공정성과 적법성을 문제 삼아 캄보디아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재정 지원 계획을 보류했다. 캄보디아가 EU에 수출하는 제품에 대한 무관세 혜택 축소나 폐지 가능성도 거론된다.
훈센 총리는 다음 달 시드니에서 열리는 호주·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회의에서 호주가 캄보디아 정치상황과 관련, 압력을 가할 경우 가만있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훈센 총리는 "아세안과 호주의 공동성명 발표를 막을 수 있다"며 "호주가 나를 부적절하게 대우한다면 현장에서 망신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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