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통과 현대·미래 잠재력 어우러진 개회식 공연
대회 기간 꽉 찬 문화이벤트로 국내외 관광객 사로잡아
(평창·강릉=연합뉴스) 이웅 박영서 기자 = 30년 전 서울올림픽이 우리나라를 세계 무대에 알렸다면, 이번 평창올림픽은 국제사회에서 '문화강국'으로서 한국의 지위를 확고히 다지는 발판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행동하는 평화(Peace in motion)'를 주제로 2시간 동안 펼쳐진 개회식은 우리의 전통과 현대, 미래의 잠재력을 결합한 문화적 역량을 전 세계에 집약적으로 보여줬다는 평이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의 9분의 1에 불과한 668억원의 저렴한 개·폐회식 예산으로 크고 웅장하진 않아도 알차고 근사한 '저비용 고감동'의 쇼를 만들어냈다는 평가도 받았다.
이를 통해 마지막 남은 분단국에서 열린 이번 올림픽이 전하는 평화의 메시지를 전 세계에 극적으로 전달했다.
이에 국내 언론은 물론 외신들도 세밀하고 세련되고 멋진 공연이었다며 호평을 쏟아냈다.
특히 개회식 공연에 등장해 화제가 된 인간의 얼굴과 새의 몸을 한 '인면조(人面鳥)'는 문화올림픽에 대한 관심을 더욱 북돋우는 역할을 했다.
K팝은 이번 대회 전반을 관통하는 하나의 문화코드로 자리를 잡았다.
어느 경기장을 가든 신나는 K팝 리듬에 맞춰 춤을 추며 세계 각국에서 온 선수와 관객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광경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었다. K팝은 개·폐회식의 분위기를 달구는 주요 장치로서 역할도 맡았다.
해외 스포츠 스타들도 K팝 팬임을 자처해 10여 년간 해외로 뻗은 K팝의 영향력을 실감하게 했다.
러시아의 피겨요정 예브게니야 메드베데바는 언론 인터뷰에서 인기 아이돌 엑소에 대한 팬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 시선을 모았다.
미국 언론은 이를 두고 한국은 평창올림픽에서 최고의 홍보 효과를 가져다주는 K팝이란 비밀 병기를 가지고 있다고 논평하기도 했다.
17일간의 대장정이 이어지는 동안 평창, 강릉을 비롯한 강원도 일대는 문화올림픽의 무대가 됐다.
'날마다 문화가 있고 축제가 있는 문화올림픽'이란 모토 아래 음악, 전시, 문학, 공연, 조형미술, 미디어아트 등 다채롭고 풍성한 문화예술 프로그램들이 국내외 관람객들을 사로잡았다.
25일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대회기간 평창, 강릉의 올림픽 베뉴를 비롯해 서울, 광주, 대전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 각종 문화올림픽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한 인원은 100만 명을 훌쩍 넘긴 것으로 추산됐다. 23일 기준 올림픽 베뉴에서만 70만2천여 명, 전국적으로 100만9천여 명이 각종 전시, 공연, 체험을 즐긴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평창 올림픽스타디움(개·폐회식장) 인근의 올림픽플라자와 빙상 경기장이 밀집한 강릉 올림픽파크는 인파가 몰리는 이번 대회 최대의 핫플레이스로서 문화올림픽의 중심 무대가 됐다.
평창 올림픽플라자 내 문화ICT관에서 백남준, 이중섭, 김환기, 이우환, 장욱진, 이응로 등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근현대 미술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인 미술품 전시에는 하루 평균 1만1천여 명의 인파가 몰렸으며 외국인 관람객들의 호응도 뜨거웠다.
강릉 올림픽파크에선 대회기간 매일 세 차례 이상 퍼레이드, 스트리트 댄스, 인디밴드 공연 등 오픈스테이지가 펼쳐졌는데, 하루 평균 6천400여 명이 참여했다.
인근의 강릉아트센터에서는 국립오페라단, 국립관현악단, 국립발레단 등 국립예술기관들의 수준 높은 공연과 기획공연이 이어졌는데, 대부분 티켓이 매진됐다.
강원도는 대회기간 '평창, 문화를 더하다'는 슬로건 아래 각종 공연과 전시 등 450여 개 콘텐츠를 전역에서 선보였다.
강릉국제비엔날레는 국내외 미술작가 80여 명이 참여해 올림픽 정신의 기반인 '인간주의'를 다채로운 시각으로 풀어냈다. 연극, 뮤지컬, 발레 등의 공연 무대인 '아트 온 스테이지'에는 국내외 110여 개 팀이 올라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동해 바닷가에서 석양과 함께 작품을 불태워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파이어 아트페스타'와 세계 유일 분단현장인 비무장지대(DMZ)에서 평화 메시지를 전하는 'DMZ 아트페스타'도 펼쳐졌다.
김태욱 강원도 문화올림픽 총감독은 "우리나라에서 개최된 첫 문화올림픽을 소중한 문화자산으로서 맥을 이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축제의 장으로 발전시킬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abullapi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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