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예루살렘 대사관' 속도전 충돌격화 우려…평화협상 먹구름

입력 2018-02-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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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예루살렘 대사관' 속도전 충돌격화 우려…평화협상 먹구름
애초 발표보다 1년여 빨라…강력 반발 아랍권 '반미 확산' 예고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중동의 오랜 현안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을 둘러싼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이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있는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려는 계획을 빠르게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아랍권이 거세게 반발하는 모양새다.
AFP,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의 헤더 노어트 대변인은 23일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 건국 70주년(5월 14일)에 맞춰 오는 5월 예루살렘에 새로운 미국 대사관이 문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와 일부 직원들이 예루살렘 아르도나의 영사관 건물에 우선 입주한 뒤 상주 부지를 물색한다는 구상이다.
이 계획대로라면 예루살렘에 있는 미국 대사관을 보기까지 불과 석 달밖에 남지 않았다.
지난달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내년 말까지 이스라엘 대사관을 이전하겠다고 밝힌 것보다 1년 이상 빠르다.



예루살렘은 유대교와 이슬람교, 기독교의 공동 성지이고, 팔레스타인은 동예루살렘을 미래의 수도로 여기고 있다.
이런 특수성을 고려해 유엔은 예루살렘을 어느 국가에도 속하지 않는 국제도시로 규정하고 있다.
당장 아랍권은 미국의 '5월 대사관 이전' 계획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아랍연맹(AL)의 아흐메드 아불 게이트 사무총장은 24일 성명을 내고 "미국의 결정은 팔레스타인인들과 이스라엘인의 평화와 공존을 위한 마지막 희망을 사라지게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집트 카이로에 본부를 둔 아랍연맹은 중동과 아프리카의 아랍계 20여 개국으로 구성돼 있다.
터키 외교부도 성명에서 "매우 우려스럽다"며 "터키는 팔레스타인의 정당한 권리 보호 노력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 사에브 에레카트 사무총장도 전날 미국의 대사관 이전 계획을 "아랍인에 대한 도전", "뻔뻔한 국제법 위반 행위" 등의 표현으로 비판하고 이른바 '2국가 해법'이 파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 건국일을 '나크바(대재앙)의 날'이라고 칭하며 치욕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입장에서 이스라엘 건국 70주년에 맞춘 미국의 대사관 이전 계획은 더욱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렇지 않아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갈등의 골이 깊은 상황이다.
작년 12월 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한다고 발표한 '예루살렘 선언'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았다.
팔레스타인 자치령인 가자지구와 요르단 강 서안에서는 팔레스타인 시위대와 이스라엘군의 유혈사태가 멈추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예루살렘 선언 이후 이스라엘과 충돌로 숨진 팔레스타인인은 20명이 넘는다.



협상을 통한 돌파구도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중동 평화협상과 관련해 미국 정부와 협상을 거부하고 있다.
이스라엘을 일방적으로 편드는 미국은 중재자 자격을 잃었다는 게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입장이다.
이에 미국 정부는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의 원조를 삭감하는 강경책으로 팔레스타인을 계속 압박하고 있다.
양측은 지난 20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도 설전을 벌였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대사관의 조기 이전을 강행할 경우 평화협상 재개는 훨씬 어려워지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충돌이 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스라엘 히브리대 방문학자인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미국 대사가 예루살렘 집무실로 출근하는 모습이 외신을 타면 중동 및 이슬람권에서 반미감정 확산은 불 보듯 뻔하다"고 밝혔다.
이어 "실제로 미국 대사관 이전이 실행되면 적어도 트럼프 정부 아래에서는 미국 중재로 평화협상이 추진되는 모습을 보기 한층 어려워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noj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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