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적인 청력 장애, 달팽이관 수술로 청력 되찾아
파일럿 자리 원윤종에 내주고 브레이크맨으로 4인승 은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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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김동현(31·강원도청)은 그에게 환호하는 썰매 대표팀의 목소리와 팬들의 함성을 듣고 감격했다.
"내가 들은 가장 아름다운 소리"라고도 했다.
극복하고, 양보한 덕에 얻은 올림픽 은메달. 김동현은 최고의 순간을 만끽했다.
25일 강원도 평창올림픽 슬라이딩센터에서 김동현은 원윤종(33)-전정린(29·이상 강원도청)-서영우(27·경기BS경기연맹)와 짝을 이뤄 2018 평창동계올림픽 봅슬레이 4인승 은메달을 땄다. 아시아에서 나온 봅슬레이 첫 메달이었다.
경기 뒤 한 외신 기자는 김동현에게 "청력에 문제가 있다고 들었다. 봅슬레이를 하는 데 불편함은 없는가"라고 물었다.
김동현은 영어로 "선천적인 장애였다. 2007년과 2010년 수술을 받고 청력을 회복했다"고 답했다. 이어 한국말로 "나는 훈련하거나 경기할 때 전혀 문제가 없는데, 혹시 동료들은 어떨지 모르겠다"며 "말 꺼내기가 어려울 수도 있겠는데…"라고 '동료'를 떠올렸다.
이렇게 김동현은 장애는 당당하게 극복했지만, 동료들의 마음은 세심하게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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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은 2007년 오른쪽 귀에, 2010년 왼쪽 귀에 인공 달팽이관 이식수술을 받았다. 2007년에야 처음 소리를 들었다.
연세대 체육교육학과에 입학할 만큼 들리지는 않아도 스포츠에 능했던 김동현은 소리를 듣기 시작하면서 '전문 스포츠 선수'의 꿈을 키웠다.
2008년 봅슬레이에 입문한 김동현은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브레이크맨으로 봅슬레이 4인승 경기에 나서 19위에 올랐다.
2014년 소치올림픽에서는 2인승(23위)과 4인승(25위)에 모두 파일럿으로 출전했다. 썰매를 운전하는 파일럿은 봅슬레이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2018년 평창올림픽에서 김동현은 원윤종에게 조종간을 내주고 브레이크맨으로 이동했다.
정전린과 함께 2인승에 나설 수도 있었지만, 일찌감치 4인승에 집중하고자 2인승 출전을 포기하기도 했다.
이용 총감독은 "지난해 11월 김동현, 전정린을 불러 '올림픽 2인승에 출전하지 않고, 4인승에 집중하는 게 어떤가'라고 제안했다. 김동현이 '나도 그러고 싶었는데 차마 자존심 때문에 먼저 이야기할 수 없었다'며 흔쾌히 동의했다"고 전했다.
사실 김동현은 4인승을 위해 2인승을 양보할 생각을 했지만, 팀 후배 전정린을 생각해 자신이 먼저 2인승을 포기할 수 없었다. 감독이 말을 꺼냈고, 김동현도 후배를 설득할 기회를 얻었다.
기꺼이 브레이크맨으로 이동한 김동현은 파일럿 원윤종과 많은 대화를 하며 봅슬레이 4인승 팀의 조직력을 키웠다. 김동현은 "우리 팀 파일럿을 믿는다"고 원윤종을 예우했고, 원윤종도 "김동현의 조언에 힘을 얻는다"고 화답했다.
극복과 희생의 결과는 올림픽 은메달이었다. 김동현은 "이 순간을 위해 그 시간을 견뎠다. 행복하다"고 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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