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컨트롤타워 혼선…기재부나 청와대로 옮겨야" 목소리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한국GM 문제와 관련해 정부 구조조정 컨트롤타워에 혼선이 커지는 모양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주무부처'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전반적 상황을 리드하지 못한 채 실제 구조조정 권한과 협상 정보는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와 전문가 사이에서는 이참에 구조조정 컨트롤타워를 기재부나 청와대로 옮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무부처와 관련한 정부 내 혼선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장면은 지난 21∼22일 정부 관계자와 배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과 면담 때였다.
산업부는 주무부처임에도 21일 산업은행, 22일 오전 기재부에 이어 맨 뒤인 22일 오후에 엥글 사장과 면담 순서가 잡혔다.
선뜻 수긍하기 어려운 장면은 이인호 산업부 차관이 엥글 사장과 한창 면담하고 있을 때 또 나왔다.
GM과 산업부의 면담이 마무리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협의 결과를 먼저 언론에 브리핑한 것이다. 한국GM 경영정상화를 위한 3대 원칙 등 핵심 내용을 설명했다.
산업부도 이날 면담 후 정부 합동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하지만 달랑 두 장짜리 자료에는 3대 원칙 부분 외에는 추가로 담긴 부분이 거의 없었다.
GM 구조조정 작업과 관련한 산업부의 정부 내 위상이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다.
앞서 한국GM 관련 위기감이 고조될 때 엥글 사장을 만났다고 처음 인정한 정부부처도 기재부였다.
고형권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지난 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지난달 중하순 배리 엥글 사장과 만났다"고 밝혔다. 역시 산업부 대신 기재부가 GM 문제를 공개한 것이다.
이 같은 부처 간 '엇박자'는 산업부가 GM 구조조정 주무부처라는 타이틀을 달 때부터 구조적으로 터질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GM은 정부에 유상증자 참여, 자금 지원, 담보 제공, 외국인투자지역 지정 등 4가지 사항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가운데 산업부 소관은 외국인투자지역 지정밖에 없는 실정이다.
반면 금융위 소관인 산업은행은 GM의 주요 주주이자 앞으로 진행될 출자전환, 신규대출 등 금융업무 협상을 모두 맡게 된다.
그나마 산업은행이 GM과 벌이는 구체적인 실무 협상 내용은 산업부와 충분히 공유되지도 않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부의 한 관계자는 "권한이 없는 산업부가 구조조정 주무부처라는 점은 사실 납득하기 어렵다"며 "지금도 산업부는 구조조정 주무부처라기보다는 '뒷처리 부처' 수준의 일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정부가 산업부에 구조조정 주무를 맡긴 것은 지난 2016년 한진해운 청산 과정에서 산업적 측면이 고려되지 않고 금융 논리가 주로 반영됐다는 비판이 일면서다.
하지만 이번 GM 사태를 겪으며 이 같은 조치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가 계속 나오고 있는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구조조정에는 조세와 금융이 핵심인데 산업부에는 이에 관여할 수단이 아예 없다"며 "산업논리가 필요하다면 김동연 부총리가 금융위와 산업부 업무를 총괄해서 종합적으로 조정하는 게 낫다"고 밝혔다.
성 교수는 "다만, 지금은 GM 사태가 상당히 악화된 상황이기 때문에 기재부를 넘어 청와대가 구조조정 컨트롤타워로 전반적인 상황을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coo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