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서 회견 "가해자 처벌·공연환경 개선 노력"…여성계 "재발 방지대책 마련" 촉구
(창원=연합뉴스) 황봉규 기자 = 이윤택 연출가와 밀양연극촌, 김해지역 극단 '번작이' 조모 대표 등의 성폭행 의혹 등과 관련해 경남연극계가 책임을 통감하고 사죄 입장을 밝혔다.
한국연극협회 경남지회(이하 경남연극협회)는 26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밀양연극촌과 김해 극단 등의 성추문에 대해 "위계서열이 강조되는 연극계에서 권력을 악용한 사례로, 배우를 꿈꾸는 청소년과 어린 배우들을 일상적·상습적으로 성추행·성폭행한 범죄행위다"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협회 차원에서) 책임을 통감하고 자성의 시간을 이어가고 있다"며 "이번 일로 연극계에 실망과 분노를 느낀 도민께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덧붙였다.
경남연극협회는 "이윤택 연출가 성추문 폭로로 시작된 연극계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운동이 확산하던 2월 18일 새벽, 서울예술대 페이스북 익명 게시판에 10여 년 전 극단 번작이에서 벌어진 성폭행 관련 글이 올라오면서 조모 대표의 범죄사실이 알려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협회는 2월 19일 긴급이사회를 통해 경남연극계의 명예를 실추시킨 데 대한 징계조치를 제안, 절차를 거쳐 조모 회원의 영구제명과 극단 번작이의 경남연극협회 정단체 자격박탈을 의결했고 2월 20일 한국연극협회 승인을 받았다"고 전했다.
협회는 "추가 피해자 여부에 대한 엄중한 조사 시행과 진실규명으로 건강한 연극 생태계 조성을 위한 각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극단 번작이 피해자들을 통해 자체조사를 했고 협회 회원을 대상으로 설문으로 전수조사를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협회는 이번 사태를 경남연극인이 안심하고 활동할 수 있는 건강한 작업환경을 만들어가는 전환점으로 삼고자 재발 방지대책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연극을 꿈꾸는 청소년들을 위해 협회에 예술강사 리스트 비치, 성폭력 방지교육과 청렴서약서 작성, 청소년 연극 관련 자문위원과 교육청·학교 간 긴밀한 공조 체제를 마련하기로 했다.
조모 대표의 성폭행 행위와 관련해 방관자이며 가해자로 지목된 회원에 대해 내용증명과 소명 관련 공문 발송, 사실관계 확인 등을 거쳐 영구제명 조치하고 학교 외부강사 자격을 박탈하기로 했다.
공연제작 환경 개선을 위해 성평등 규약 마련,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 실시, 성차별과 성폭력 등 인권침해 문제 발생 시 예외 없이 조치해 안전한 공연제작 환경도 마련할 방침이다.
도내 여성계도 성폭력 피해자들의 피해 사실 폭로를 지지하고 재발 방지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가정상담센터와 성가족상담소, 경남여성인권지원센터, 성폭력상담소 등 40여개 단체로 구성된 '경남 여성복지상담소·시설협의회' 회원 40여명은 이날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극계 성폭력 사건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협의회는 "성폭력 문제가 피해자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구조적이고 조직적인 문제임을 인식한 연극계가 더는 침묵도 방관도 하지 않겠다는 성명을 발표하고 향후 피해자 상담창구 마련 및 법률자문 등 피해지원과 성폭력 근절에 연대하겠다고 밝힌 것은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어 "연극계에서 성폭력 피해자들이 큰 용기를 내 피해 사실을 말하고 가해자들의 행위를 폭로한 것에 대해 지지와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며 "피해자가 원할 시 상담 및 의료, 법률 지원 등 적극적으로 피해자를 지원하고 연극계 전반에 만연한 인권침해 문제를 없애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연극계에 만연한 성폭력 사건의 철저한 진상규명과 가해자 처벌, 연극계 성폭력 사건과 관련된 학교 학생 및 피해자에 대한 전수조사 시행과 사태해결 대응책 마련,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 말할 수 있는 환경조성과 2차 피해 예방대책 마련, 2차 피해 유발하는 피해자 신원 노출과 선정적인 보도 자제 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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