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엽제전우회 분양비리' 가담자 엇갈린 진술…재판부도 지적

'고엽제전우회 분양비리' 가담자 엇갈린 진술…재판부도 지적
전우회 '공소사실 인정' vs 건설사 '혐의 부인'…재판장 "의견차 너무 크다"



(서울=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 고엽제전우회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에게 겁을 줘 수백억 원에서 천억 원대에 달하는 택지를 분양받은 사건의 피고인들이 법정에서 서로 안 맞는 진술을 내놓으면서 재판부의 지적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영훈 부장판사)는 26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업무방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중소 건설업체 S사 대표 함모(60)씨의 첫 재판을 열었다.
함씨는 고엽제전우회 이모(69)회장, 김모(71) 사무총장, 김모(71) 사업본부장 등 3명이 2013∼2015년 LH공사로부터 경기도 성남시 위례신도시, 오산시 세교지구 등의 아파트 부지를 위법하게 분양받아 이득을 챙기는 데 가담한 혐의를 받는다.
또 이 회장 등 고엽제전우회 측에 고급 승용차와 아파트 분양대금 등 총 4억4천여만원의 뒷돈을 준 혐의(배임증재)도 받는다.
함씨는 법정에서 핵심 혐의를 부인했다. 그의 변호인은 "특경법상 사기와 업무방해 혐의는 부인하는 취지"라고 밝혔다.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자신의 운전기사를 시켜 사무실 서류를 치우게 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킨 혐의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는 인정하지만, 수사 자체를 인지했던 것은 아니고, 언론 보도를 접하고 나서 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반면 이 회장을 비롯해 재판에 넘겨진 고엽제전우회 임원들은 재판에서 "공소사실과 검찰에서 제시하는 증거기록 관계 전부를 동의한다"고 밝혔다.
고엽제전우회 임원들의 주된 혐의는 LH 임직원들을 협박한 것이지만 분양 자체가 부당했다는 것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공범인 함씨와 엇갈린 입장을 취한 셈이다.
이에 재판장은 "피고인들 간 의견 차이가 크다"고 지적했다.
함씨 측은 다른 피고인들의 입장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함씨의 변호인은 "공동 피고인들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첫 공판에 임했는데, 이들이 모든 혐의를 인정한다면 다시 의견을 정리해서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다음 재판은 3월 8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bo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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