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미투(Me Too), 위드유(With you) 운동이 사회 각계로 확산하는 가운데 일부 대학가의 오리엔테이션 관행이 여전히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부산의 한 사립대학교 대나무숲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해당 대학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프로그램을 지적하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행사의 첫 일정을 맡은 남자 스피치 강사가 '아이스브레이킹(어색함을 깬다는 뜻)'을 하면서 신입생들에게 성적으로 수위가 높은 발언을 하고 행동으로 유도했다고 적혀 있다.
이 대학은 지난 20일부터 24일까지 신입생을 상대로 4차례에 걸쳐 오리엔테이션을 했다.
해당 글에 따르면 강사는 학생들을 무대로 불러내 "다리가 2개인 것이 무언지 알지 않느냐"고 말하거나 "시청자를 만족시켜야 한다"며 처음 보는 이성 학생들 간의 스킨십을 강요했다.
강사는 또 "게임에서 지면 이성의 겨드랑이를 꼬집어야 한다"고 말하는 등 불쾌감을 느낄 수 있는 행동을 유도했다.
글쓴이는 "아무리 생각해도 문제가 있는 것 같아 글을 작성한다"면서 "강사를 처벌하거나 비난하자는 것이 아니라 교단에 교육자라는 이름을 달고 오르시는 분들이 책임의 무게를 느끼고 말 한마디를 입 밖으로 옮기기 전에 유의해 달라는 취지로 작성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 글이 게시되자 댓글에는 해당 강사의 실명이 거론되고 "우리 때도 그랬다"는 재학생의 폭로도 잇따랐다.
한 재학생은 "작년에는 해당 강사가 남학생보고 여학생 무릎에 앉으라 했다"고 댓글을 달았고 다른 재학생은 "신체로 숫자 맞추는 게임을 했는데 여학생이 다리 사이에 팔을 내리니 '여자가 없어야 할 게 있네'라고 말을 했다"는 글도 적었다.
이 대학의 다른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오리엔테이션과 관련된 폭로 글과 녹음파일이 올라와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30초가량의 녹음파일에는 남성 몇몇이 거리낌 없이 음담패설을 주고받는 내용이 들어있다.
오리엔테이션 때 녹음을 했다고 밝힌 글쓴이는 이 남성들이 했던 발언을 적나라하게 묘사하며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어야 한다고 후회하는 내용을 썼다.
해당 대학의 관계자는 "익명의 녹음파일의 진위는 확인하기 힘들다"면서 "스피치 강사와 관련한 부분은 일부 사실인 부분이 있지만 심각한 분위기는 아닌 것으로 안다. 대학 측에서 적절히 판단해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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