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리투아니아 등 동사자 속출…독일, 도로결빙으로 사고 이어져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봄이 오는 3월 문턱에 동쪽 시베리아에서 불어 닥친 강추위로 유럽 곳곳이 덜덜 떨고 있다. 동유럽 일부 지역은 영하 20도까지 수은주가 내려가며 동사자가 속출하고 있다.
겨울에도 비교적 온화한 이탈리아에도 북극의 찬공기가 내려오며 이례적인 한파가 엄습했다. 겨울에도 좀처럼 눈을 볼 수 없는 수도 로마에는 6년 만에 눈이 내렸다.
로마에는 26일 새벽(현지시간)부터 강한 눈이 내리며 3∼4㎝에 달하는 눈이 쌓였다. 바다에 인접한 지중해성 기후라 겨울에도 날씨가 온화한 로마에 눈이 내린 것은 지난 2012년 이후 처음이다.
제설 장비가 갖춰지지 않은 탓에 로마 도심 일부에는 이날 긴 교통 정체가 이어지는 등 큰 혼란을 겪었다. 당국은 군인들을 동원해 제설 작업을 벌이고 있다.
로마 시 당국은 또 폭설 예비 조치로 각급 학교에 휴교령을 내려 이날 학교들은 일제히 휴교에 들어갔다. 또, 콜로세움과 포로 로마나 등 대표적인 관광지도 문을 닫았다.
쌓인 눈에 대한 제설이 지연되며 로마 시내를 운행하는 버스와 로마 출·도착 기차, 항공기 등 대중교통 운행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뉴스통신 ANSA는 보도했다.
로마 제2공항인 참피노 공항을 기반으로 운항하는 저가항공 라이언에어는 이날 출도착 편을 모두 취소했다.
당국은 눈으로 인한 교통마비와 안전을 우려, 대형트럭들의 시내 통행을 금지하고, 시민들에게 가급적 집에서 머물러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하지만, 거리와 주요 관광지에는 오랜만의 눈에 즐거워하는 아이들과 설경을 카메라에 담으려는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콜로세움 인근에 자리한 로마 제국의 전차 경기장인 치르코 마시모는 거대한 눈싸움장으로 변했다.
중부와 북부 역시 시베리아발 한파 영향으로 꽁꽁 얼어붙으며 사고가 속출했다.
베네치아에서는 25일 강풍으로 베네치아 도심으로 이어지는 다리 위의 철탑이 쓰러져 도로를 덮쳤다. 천만다행으로 인명과 차량 피해는 없었지만, 복구 작업이 이뤄지는 동안 양방향 통행이 전면 중단돼 큰 혼잡이 빚어졌다.
트리에스테에는 시속 130㎞의 강풍이 몰아쳐 구조물 파손 등의 피해가 났다.
토리노에도 많은 눈이 내려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 유벤투스와 아탈란타의 경기가 취소됐다.
며칠 동안 한파가 지속될 것으로 예보되자 각 지방 정부와 가톨릭 자선단체 카리타스 등은 노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일부 지하철역과 기차역, 성당에 대해 밤샘 개방 조치를 내렸다.
한편, 유럽 다른 지역에서는 맹추위로 인한 사망자 발생이 속속 보고되고 있다. 폴란드에서는 주말 사이 2명이 동사했고, 기온이 영하 24도까지 급락한 리투아니아에서는 지난 사흘 동안 3명이 숨졌다.
체감온도가 영하 18도까지 떨어진 프랑스에도 25일 동남부 도시 발랑스에서 노숙자 1명이 사망했다. 프랑스 당국은 이번 추위가 오는 28일 절정에 달할 것이란 예보 속에 노숙자들을 위한 긴급 쉼터를 마련했다.
독일 역시 일부 지역의 수은주가 영하 20도까지 내려간 가운데 북부 뤼벡에서는 이날 아침 결빙된 도로로 인해 100건의 교통 사고가 났다. 함부르크에서도 75건의 차량 사고가 이어졌다.
크로아티아에서는 폭설로 아드리아 해로 이어지는 고속도로 다수의 통행이 차단됐고, 도서 지역을 운행하는 여객선의 운행도 일부 중단됐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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