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7∼8명 도전 경쟁 후끈…민주 김영춘 막판 변수
(부산=연합뉴스) 이종민 기자 = 6·13 지방선거 부산시장 선거는 지난해 5·9 대선으로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이 대선 여세를 몰아 부산의 지방권력을 잡을 수 있느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부산에서는 민선 지방선거가 시작된 1995년부터 지금의 자유한국당 전신인 민주자유당-한나라당-새누리당으로 이어진 보수 정당이 20여년 권력을 독점했다.
민주당은 이번에는 반드시 지방권력 교체를 이뤄 내겠다는 목표로 '원팀'을 구성해 한국당에 대응키로 했다.
경선에서 탈락한 후보를 포함해 이번 지방선거에 나서는 모든 후보가 한 팀을 이뤄 권력교체에 힘을 모으기로 한 것이다.
민주당의 거센 도전을 받는 한국당은 부산의 보수 민심을 다시 끌어안기 위해 안간힘을 쏟는 모습이다.
한국당은 지금은 민주당 지지율에 크게 못 미치지만 선거가 임박하면 결국 1∼2% 차이로 승패가 갈릴 것으로 보고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 민주당 후보 3∼4명으로 가닥…김영춘 장관 막판 출마 변수
민주당에는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장관, 박재호 국회의원, 정경진 전 부산시행정부시장이 출마의 뜻을 밝히고 경선 가도에 뛰어들었다. 정 전 부시장은 예비후보로 등록을 마쳤다.
김영춘 해양수산부장관의 출마 여부가 변수로 남아있지만 오 전 장관이 민주당출마예상자 중 선두주자인 점에는 이론이 없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국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10~11일 부산지역 성인 남녀 83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3.4%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고)에 따르면 오 전 장관은 51.6%로, 한국당 서병수 시장(29.3%)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는 경선으로 가려질 예정이다.
민주당 광역·기초단체장 후보 경선은 권리당원 조사 50%와 여론조사 50%를 반영해 최종 후보를 결정한다.
권리당원 조사 50% 규정이 있어 오 전 장관이 언론사 여론조사에서는 앞섰지만 경선에서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 섣불리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민주당 내 여론 향방을 결정하는 친노(친노무현), 친문(친문재인) 층의 지지를 누가 받느냐에 따라 경선 결과가 예상과는 다른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대선 때 민주당이 영입한 정경진 전 부산시행정부시장은 현재 친노, 친문 지지층을 끌어내는 데 초점을 두고 표밭을 누빈다.
그러나 민주당 당내 표심도 결국에는 당선 가능성이 있는 후보에게 갈 것으로 보여 김영춘 장관이 불출마할 경우 오 전 장관이 무난히 경선을 통과할 것으로 보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김 장관이 막판에 출마를 선언할 경우 민주당 후보 경선이 다소 혼돈 양상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오 전 장관은 그동안 김 장관이 출마할 경우 후보를 양보할 뜻을 몇 차례 밝혔기 때문에 후보군에서 빠질 수도 있고 당초 의사를 번복해 끝까지 경선으로 갈 경우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 한국당 경선·전략공천 놓고 갈등 첨예
한국당에서는 서병수 현 부산시장, 박민식 전 국회의원, 이종혁 전 최고위원이 출마를 선언했다.
서 시장은 홍준표 대표가 지난해 11월께부터 시장 후보에서 서 시장을 배제하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 이미지에 타격을 봤다.
그러나 홍 대표가 부산시장 후보로 영입을 추진하던 안대희 전 대법관, 장제국 동서대 총장이 불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지금은 서 시장이 유력 후보 자리를 되찾은 형국이다.
서 시장을 경선에서 배제할 듯한 발언을 한 홍 대표가 이번에는 서 시장을 전략공천할 것처럼 입장을 바꾸자 경선을 놓고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홍 대표는 "경선은 시너지 효과가 나야 하는 것"이라며 "출마의 자유는 있지만 누구나 출마한다고 해서 다 경선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최소한 10% 지지율은 나와야 경선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홍 대표의 이 같은 언급대로라면 박 전 의원과 이 전 최고위원은 지금의 낮은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박 전 의원과 이 전 최고위원은 아직 지지율이 두 자릿수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홍 대표의 이 같은 입장에 박 전 의원과 이 전 최고위원은 발끈하고 나섰다.
박 전 의원은 "한국당의 경선 기준이 도대체 뭔지 모르겠다. 홍 대표의 입장이 상황에 따라 바뀌고 있다"며 "경선을 하지 않고 서 시장으로 조기에 후보 선정이 이뤄지면서 시장이 집중공격을 받을 수밖에 없고, 선거는 필패의 길을 걸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전 최고위원도 "경선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며 "경선을 통해 한국당 후보의 입지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른미래당에서는 이성권 전 의원이 출마를 선언하고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40대 기수론'을 기치로 내세운 이 예비후보는 보수 위기를 초래한 한국당에 맞서 부산 권력을 합리적인 보수로 바꿔놓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 오거돈-서병수 2014년 선거 재연되나
현재 민주당과 한국당 내 후보 선정 흐름을 보면 2014년 6월 지방선거가 재연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른바 오거돈-서병수 리턴매치다.
그러나 리턴매치 구도 양상에 여야 모두 반기기보다 걱정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한국당 측에서는 서 시장이 후보로 일찍 굳어지면 지난 4년간 시정에 대한 민주당의 집중포화가 이뤄질 것인데 이를 어떻게 견뎌낼지 우려한다.
민주당 측에서는 서-오 구도가 조기에 굳어지면 선거 흥행을 이끌 수 없고 결국 젊은 층의 투표참여가 떨어져 민주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걱정한다.
2014년 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오 전 장관은 민주당 지지를 받으면서 사실상 범야권 단일후보였고 서 시장은 새누리당 소속으로 출마했다.
오 전 장관은 당시 49.34%를 얻어 50.65%를 얻은 현 서병수 시장에게 분패했다.
만일 오 전 장관이 민주당 부산시장 최종 후보가 될 경우 이번 선거에서 어떤 결과를 낼지 주목된다.
ljm70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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