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 앞두고 근로정신대 할머니 찾은 동호회원…4년째 나눔

입력 2018-02-27 10:38  

3·1절 앞두고 근로정신대 할머니 찾은 동호회원…4년째 나눔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또 왔구먼요. 오매 고맙습니다. 자식보다 낫고, 형제간보다 더 낫소. 참말로 고맙구먼 이라."
수입자동차 BMW 동호회 모임인 '광주아너스클럽' 회원들이 27일 제99주년 3·1절을 이틀 앞두고 광주의 근로정신대 피해 양금덕 할머니들을 찾았다.
이들의 어깨 위에는 할머니가 홀로 1년은 거뜬히 먹을 수 있는 쌀이 올려져 있었다.
회원들이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을 찾아가기 시작한 것은 2015년 3월 6일부터다.
근로정신대 양금덕 할머니의 광주 자택에 1년 동안 드실 100㎏ 쌀 5포대를 들고 찾았다.
깜짝 놀라는 양 할머니의 손을 잡고 회원들을 할머님 따뜻한 밥만이라도 앞으로 평생 책임지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그 인연이 4년째 이어지고 있다.
광주아너스클럽 회원들은 한 달에 한 번, 매월 첫째 주 금요일 오후 2시면 어김없이 하던 일을 잠시 접고 모인다.
흩어져 사는 근로정신대 할머니를 쌀 5포대를 어깨에 지고 일일이 찾아뵙는다.
적게는 10여명의 회원들이, 많을 때는 30여명이 시간을 낸다.
어떤 때는 할머니의 집 안으로 다 들어가지 못하고, 아파트 복도에 서서 골목길을 서성이며 기다려 회원들이 번갈아가며 할머님들을 뵙기도 한다.

회원들은 배를 곯았던 어린 시절을 겪은 할머니들이 곳간에 쌓인 쌀을 보고 마음이라도 든든하게 지내시라는 마음으로 쌀 기부를 다짐했다.
쌀 구매 비용은 모임을 하고 남은 회비를 술 마시는 데 쓰지 않고 모아 마련한다.
나눔과 봉사를 더 열심히 실천하자 하는 뜻을 모아 자동차동호회를 2015년 7월 '광주아너스클럽'으로 정식 결성하기도 했다.
선물보다도 매년 잊지 않고 찾아주는 것이 더 고맙다는 할머니들은 두 번 세 번 보는 횟수가 이들에게 마음을 열었다.
오경애 할머니 회원들이 방문할 때마다 한 명씩 안아준다.
양금덕 할머니는 "나를 생각해주는 사람들 덕택에 내가 지금껏 건강하게 지낸다"고 고개를 숙인다.
곽옥남 할머니는 "한 번만 올 줄 알았는데, 매년 안 잊어버리고 이렇게 세 번이나 온께 인자는 기다려진다"고 말한다.
아픈 기억도 있다. 건강악화로 요양병원에 입원하셔서 찾아뵙지 못하거나, 방문을 하루 앞두고 할머님의 부고 소식을 들어 낙담한 적도 있다.
고재현 광주아너스클럽 회장은 "할머니들을 직접 방문하는 시간을 통해 많이 배운다"며 "어린 나이에 고생하셨던 할머니들을 알게 되고, 이런 인연을 맺고 찾아뵐 수 있어서 오히려 감사하다"고 말했다.
99주년 삼일절을 맞아 할머님이 덜 외로웠으면 하는 바람으로 방문 일정을 이날로 앞당긴 회원들은 양금덕 할머니의 쪽방 문을 두드렸다.
pch80@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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