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영향력 큰 중국 정책결정, 개인 의존 심화도 문제"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장기집권을 위한 개헌 추진에 세계 각국의 반중 정서가 고조될 우려가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7일 보도했다.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는 지난 25일 국가주석 임기를 2연임을 초과할 수 없도록 한 헌법의 임기규정을 삭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러한 개헌이 이뤄지면 시 주석의 10년을 초과하는 장기집권이 가능해진다.
전문가들은 시 주석의 장기집권이 중국의 정치 안정과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추진, 경제성장 유지 등에 도움이 될 것을 인정하면서도 그 역풍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중국 이웃 나라는 물론 미국, 일본, 호주, 유럽 등에서 중국의 인권 침해, 불공정 사업 관행, 타국 내정 간섭, 군비 확충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에서 장기집권 추진이 반중국 정서를 더욱 부채질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베이징에서 미국 외교관으로 근무했던 중국 전문가 로버트 데일리는 시 주석의 장기집권 추진이 미국 등 서방국가에 중요한 기회를 줄 것으로 진단했다.
그는 "미국 등 민주주의 국가들은 민주주의를 거부하는 이러한 중국의 행태를 이용해 투명성, 대의 민주주의, 자유주의 제도 등의 중요성을 전 세계에 일깨워야 할 것"이라며 "이러한 일깨움이 없다면 갈수록 많은 국가가 중국의 자신감과 역량을 믿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영리 기구 '아시아 소사이어티'의 중국 전문가인 오빌 쉘은 시진핑의 장기집권 추진이 실질적인 독재 체제가 늘어나는 세계적인 흐름에 추진력을 제공할 것으로 진단했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 등 장기집권 지도자들이 갈수록 늘어나는 상황에서 중국마저 장기집권을 꾀할 경우 그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세계 정치와 경제에 중국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중국 지도부의 의사결정이 갈수록 시진핑 개인에게 집중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국제분쟁 전문 연구기관인 국제위기그룹(ICG)의 마이클 코브리그 선임 고문은 "중국과 전 세계에 유익한 결과가 초래되는지는 이제 한 개인의 결정에 달려있게 됐다"며 "이는 끊임없이 발생할 중대한 이슈를 다루는 데 시 주석이 언제나 올바른 판단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외대 황재호 교수는 "시 주석의 권위가 강화될수록 그에게 조언할 수 있는 사람들도 줄어들 것"이라며 "이는 시 주석이 잘못된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커지고, 잘못된 판단이 내려졌을 때 재빨리 시정할 기회 또한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경고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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