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 동남아 해저서 2차대전 침몰선 수십척 불법인양

입력 2018-02-27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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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들, 동남아 해저서 2차대전 침몰선 수십척 불법인양
첨단의료·연구기기 제조용 금속 획득 목적인 듯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중국인들이 동남아시아 현지 범죄조직을 동원해 2차 세계대전 당시 침몰한 선박들을 무차별적으로 건져 올려 주변국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말레이시아 일간 더스타가 27일 보도했다.
이 매체는 호주해양고고학연구소(AIMA)가 최근 진행한 관련 콘퍼런스에서 동남아 해역에서 최소 48척의 침몰 선박이 약탈 피해를 봤다는 조사결과가 공개됐다고 전했다.
선박 대다수는 금속부품이 뜯겨나가 원형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훼손됐다. 일부는 아예 바닥이 팬 흔적만 남긴 채 통째로 사라지기도 했다.
이들 선박은 대부분 2차 세계대전 당시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영해에서 교전 중 침몰한 연합군과 구일본군 함정들이었다.
관련 사정에 밝은 소식통은 "말레이시아에서만 침몰선박 19척이 훼손됐다"면서 "금속부품을 노린 훼손은 늘 있던 일이지만 최근 2년 사이 피해 규모가 급증했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해양 당국은 침몰선박 훼손의 배후에 중국 의료·첨단기기 업계와 연관된 중국계 범죄조직이 있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1945년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핵폭탄 투하와 이후 잇따른 각국의 핵실험으로 지구의 대기는 미세한 방사능을 띠게 됐다.
그 영향 때문에 이후 제련된 강철은 미약한 방사능을 지녀 민감한 연구용 장비나 첨단의료기기에 사용되면 성능을 떨어뜨리는 경우가 생겼다. 그 이전에 침몰한 선박에 쓰인 강철은 이런 문제가 없기 때문에 일반 고철의 3∼5배 가격에 거래된다.
소식통은 "말레이시아에선 중국인이 현지 범죄조직에 돈을 주고 인양업체를 고용해 침몰 선박을 해체해 부품을 가져오도록 하고 있다"면서 "인양에 이용되는 선박의 선장들도 모두 중국인"이라고 말했다.
현재 믈라카 해협과 자바해, 순다해에는 최소 8척의 그랩 준설선과 바지선이 침몰 선박 인양에 이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 국가들은 이에 침몰선 주변해역 감시를 강화했지만, 범인들은 주로 공해(公海)에 머무르다 단속의 고삐가 늦춰질 때만 영해에 들어와 금속 부품을 뜯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네시아에서는 2016년 11월 자바해에 침몰해 있던 영국과 미국 등 연합군 소속 함정 5척이 사라져 관련국과 외교갈등이 벌어졌다.
말레이시아 해경은 작년 4월 중국 선적의 8천352t급 그랩 준설선 '추안홍 68'을 나포하기도 했다. 이 배는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영해에서 구일본군 수송선과 유조선 등 침몰선박 수 척을 불법으로 인양하다 적발됐다.
인도네시아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근해에는 2차 세계대전 당시 격침된 각국 함정 100여 척이 가라앉아 있다. 침몰한 함정은 유해가 남아 있는 경우가 많아 국제법상 전몰자 묘역으로 간주된다.
hwangc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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