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한 중국집 건물 전시 공간으로 꾸며…신진 작가들 활동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문을 연 지 40년 넘은 중국음식점이 폐업 뒤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해 눈길을 끈다.
인천시 서구 가좌동 가재울역 인근 건물 2층에 자리 잡은 이곳은 50㎡ 남짓의 아담한 규모다.
중국음식점인 길림성이 지역 재개발을 앞두고 40여 년 만에 문을 닫자 가게는 버려진 공간으로 남았다.
도배하지 않은 콘크리트 벽은 칠이 모두 벗겨졌고, 흰 타일에는 오랜 시간의 때가 묻었다.
을씨년스러웠던 이 공간에 '예술 반점 길림성'이라는 간판이 붙고 다채로운 미술 작품이 채워지기 시작한 건 지난달부터다.
인천 지역에서 활동하는 1인 문화기획자 이종범(27)씨와 그가 소속된 프로젝트팀 '코스모 40'이 텅 빈 길림성을 발견, 예술 창작 공간으로 조성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근처 유휴 상가와 공장 단지를 문화공간으로 조금씩 바꿔 젊은 예술가들의 활동지로 넓히자는 취지였다.
젊은 예술가의 뜻을 이해한 건물주도 1년 뒤 철거가 예정된 길림성을 임대료 부담 없이 쓸 수 있도록 도와줬다.
이들은 첫 개관전이 열리기 전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시민 92명으로부터 256만8천원의 후원금을 모금했다.
후원한 시민들에게는 예술 반점에서 전시할 작품 이미지가 담긴 엽서와 스티커, 포스터, 도록함 등을 보냈다.
인천 출신인 조성정 작가가 개관전을 도맡아 '조성정 기하학: 미지근한 추상'이라는 주제로 작품 20여 점을 전시했다.
무료 전시가 열린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8일까지 20일간 시민 300여 명이 이곳을 찾아 독특한 전시를 즐겼다.
'열린 공간'을 표방하는 이곳은 철거되기 전까지 약 1년 동안 문화공간뿐 아니라 파티 공간, 공연장, 벼룩시장, 강연장 등 다양한 쓰임새로 운영된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잡히지 않았지만, 다음 달에 새로운 작가를 섭외해 전시나 공연을 올릴 예정이다.
이종범 씨는 "예술 반점이 지역 문화공간으로서 신진 작가들에게 활발한 활동의 장이 되길 바란다"며 "후원금을 보낸 시민들에게 기념품을 주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향후 예술 반점 운영에 필요한 부대 비용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cham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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