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공부+실패 두려워 않는 인내심…현대캐피탈 문화 바꿔
감독 재임 3년 만에 두 번째 정규리그 우승…첫 통합 우승에 도전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현대캐피탈을 프로배구 2017-2018 도드람 V리그 남자부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끈 최태웅(42) 감독의 배구 스타일을 '스피드 배구', '토털 배구'라고 일컫는다.
최 감독 부임 후 현대캐피탈의 배구는 빠른 속도감을 앞세워 선수 전원이 공수에 가담하는 스타일로 바뀌었다.
최 감독은 사령탑에 앉은 2015-2016시즌에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챔피언결정전에선 OK저축은행에 무릎을 꿇었다.
2016-2017시즌엔 정규리그 2위로 챔피언결정전에 올라 대한항공을 물리치고 뒤집기로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번 시즌엔 2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을 탈환했다.
1라운드를 3승 3패, 반타작으로 마친 현대캐피탈은 2, 3, 5라운드에서 승률 5할보다 1승 더 거둔 4승 2패를 거뒀다.
4라운드에선 6전 전승을 달려 1위 등극의 발판을 마련했다.
전례 없는 전력 평준화로 팀 간 부침이 심했던 이번 시즌 현대캐피탈은 안정적으로 시즌을 운영한 끝에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했다.
꾸준히 정상권에서 우승을 다툴 만큼 현대캐피탈의 천하가 확실하게 열렸다.
이렇게 팀을 바꾼 원동력으로 선수들에게 인간적으로 다가가 격의 없게 소통한 최 감독의 능력이 첫 손으로 꼽힌다. 그래서 최 감독의 배구를 '휴먼 배구'로 불러도 무방하다.
김성우 현대캐피탈 배구단 사무국장이 소개한 일화를 보면 최 감독의 스타일을 알 수 있다.
김 국장은 "감독님이 취임하신 뒤 '저하고 국장님이 함께 하는 동안 우리 선수들이 은퇴할 때 현대 배구단에서 뛰고 배구한 게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말할 수 있도록 하자'는 말씀을 했다"면서 "갑자기 울컥한 기분이 들었다"고 27일 전했다.
프로답게 성적도 중요하지만, 즐겁게 운동하는 게 먼저라는 게 최 감독의 지론이다.
전지훈련 때 집을 비운 선수를 대신해 가족에게 생일 케이크를 보내는 등 세심한 부분까지 책임지는 것도 최 감독의 몫이다.
현역 시절 삼성화재에서 숱하게 우승을 맛보며 팀을 최강으로 만든 스타답지 않게 최 감독은 눈높이를 자신 또는 위가 아닌 선수에게 맞춘다.
김 국장은 "최선을 다하지 않을 때를 제외하곤 연습이나 경기에서 최 감독이 '왜 나처럼 못할까'라면서 선수의 실수나 약점을 질타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면서 "선수와 눈높이를 맞추고 그 선수가 좀 더 나은 기량을 펼치도록 조금 더 격려하고 동기를 부여하는 데 최 감독이 초점을 맞춘다"고 했다.
철저한 분석과 끊임없는 공부로 선수의 장단점을 꿰뚫지 않고선 불가능한 일이다.
최 감독은 여기에 40대 초반이라고는 도저히 느껴지지 않을 만큼의 인내력도 겸비했다.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가도 좀처럼 내색하는 일이 없다.
다만 배구를 존중하지 않는 선수, 열심히 하지 않는 선수에겐 불호령이 떨어진다. 소통을 중시하고 몸담은 종목을 존중해야 한다는 철학은 지난해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를 통합 우승으로 이끈 김기태(49) 감독과 비슷하다.
현대캐피탈에선 최 감독 부임 후 세터와 센터만이 연습하던 토스 연습을 훈련 때 선수 전원이 한다. 명세터 출신답게 최 감독은 언제 어느 상황에서도 공격수에게 볼을 배달하도록 선수들을 지도했다.
실수해도 기다려주는 최 감독 덕분에 선수들은 더욱 과감해졌다. 선수들의 기량이 늘면서 전력 누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현대캐피탈의 전력은 두터워졌다.
현대캐피탈 구단은 지난해 4월 최 감독과의 계약을 4년 연장했다. 2021년까지 팀을 지휘하는 최 감독은 현대캐피탈 장기집권의 토대를 마련했다.
현역 시절 동고동락한 삼성화재 출신 다른 4명의 감독을 따돌리고 정규리그 우승을 맛본 최 감독이 사령탑으로서 챔피언결정전까지 첫 통합 우승을 일굴지 주목된다.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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