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국정농단 사건의 '몸통'인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검찰이 징역 30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대통령 권한을 사유화해 국정을 농단하고 헌법 가치를 훼손했다"며 이같이 구형하고, 1천185억 원의 벌금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이 박 전 대통령에게 유기징역형의 상한인 징역 30년을 구형한 것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인해 국정질서가 혼란에 빠지고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파면사태까지 초래한 데 대해 법의 엄중한 심판을 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날 결심 공판은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3월 10일 박 전 대통령의 파면을 선고한 지 354일, 같은 해 4월 17일 박 전 대통령이 구속기소 된 지 317일 만에 이뤄진 것이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 51명 가운데 박 전 대통령과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제외한 49명에 대해 1심 재판이 마무리됐다.
검찰이 박 전 대통령에게 중형을 구형한 것은 사필귀정이라 할 수 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을 "국정농단의 정점에 있는 최종 책임자"로 규정하고 "국정에 한 번도 관여한 적 없는 비선 실세에게 국정 운영의 키를 맡겨 국가 위기사태를 자초한 장본인"이라고 질타했다. 공범인 '비선 실세' 최순실 씨에 대한 구형량(징역 25년)보다 더 무거운 형을 요청한 것은 민간인인 최 씨보다 국가원수인 박 전 대통령의 책임이 더 무겁다는 의미로 당연한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최 씨와 공모해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기업들이 774억 원을 강제 출연하게 하고,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으로부터 최 씨 딸 정유라 씨의 승마 지원비 등 433억 원 상당의 뇌물을 받거나 요구한 혐의를 받는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한 박 전 대통령의 공소사실은 모두 18개인데 각각의 혐의가 모두 중대한 내용을 담고 있어 엄중한 구형은 예상됐던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16일 법원의 구속 기간 연장에 반발해 '정치보복'을 주장하며 재판 거부를 선언했고, 끝내 결심 공판에도 출석하지 않았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범행을 부인하며 허위 주장을 늘어놓고 실체적 진실 발견을 방해하고, 정치보복이라는 프레임을 설정해 진상을 호도하며 책임을 전적으로 최 씨와 측근에게 전가했다"고 지적했다. 적법한 사법절차를 거부한 점도 무거운 구형에 반영됐다고 봐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의 선고공판은 3월 말이나 4월 초로 예상된다. 박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공소사실 중 15개에 대해서는 최 씨나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공범들의 재판에서 이미 공모 관계와 유죄가 인정됐다. 재판부는 최 씨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국정농단 사건의 주된 책임은 헌법상 책무를 방기하고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지위와 권한을 사인에게 나눠 준 대통령과 이를 이용해 국정을 농단하고 사익을 추구한 최순실에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검찰이 국가위기 사태까지 초래했다고 판단한 사건이다. 역사에 기록을 남겨 유사한 사건의 재발을 막는 차원에서라도 법의 엄중한 심판이 내려져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은 이 사건과 별개로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과 과거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 국회의원 공천에 불법 관여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여기에다 '세월호 보고시간 조작' 의혹과 서울 서초구 '헌인마을'의 뉴스테이 지정 청탁 의혹에 대해서도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박 전 대통령은 재판을 거부하면서 자신을 정치보복의 피해자로 꾸미려는 행동을 그만 중단해야 한다. 1심 선고공판에라도 나와 겸허하게 재판부의 선고를 받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이다. 재판을 거부한다고 지은 죄까지 씻어지는 게 아님을 깨달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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