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호단체 관계자들도 증언…"필요한 조치 이뤄지지 않아"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수년간 내전이 벌어지고 있는 시리아에서 유엔(UN)이나 국제구호단체를 대신해 원조 물품 등을 배급하는 현지 단체나 행정조직이 이를 빌미로 성적 착취를 자행해 왔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제기구 등이 많은 이들에게 원조를 전달하기 위해 이같은 성적 학대나 폭력을 외면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영국 공영 BBC 방송은 27일(현지시간) 유엔인구기금(UNFPA) 보고서와 구호단체 관계자 등을 인용해 이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유엔인구기금은 지난해 성폭력에 대한 평가를 진행한 결과 시리아 여러 행정구역에서 인도주의적 지원이 성과 교환됐다고 밝혔다.
'시리아로부터의 목소리 2018(Voices from Syria 2018)'이라는 이름의 이 보고서는 시리아에서의 성적 착취와 관련해 "여성이나 소녀가 음식을 받고 대신 '성적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공무원과 단기 결혼을 하거나 배급을 담당하는 이들이 여성들의 전화번호를 요구하는 행위, 여성의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대신 구호품을 전달하는 행위 등이 대표적인 예"라고 밝혔다.
특히 남편과 사별한 여성이나 이혼녀, 내부 난민 등 보호자가 없는 여성들이 이같은 성적 착취에 취약한 것으로 평가됐다.
이같은 성적 착취는 이미 지난 2015년 문제 제기가 이뤄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 자선단체에서 인도주의적 자문 역을 맡고 있는 대니얼 스펜서는 2015년 3월 요르단에 있는 난민 캠프에서 시리아 여성들로부터 이같은 주장을 들었다고 밝혔다.
시리아의 다라, 쿠네이트라 지역 지방행정조직의 남성들이 이처럼 원조와 성을 맞바꾸는 시도를 했다는 것이다.
스펜서는 "그들은 (국제기구나 구호단체에서 전달된) 구호품을 보류시키면서 여성들을 성적으로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국제구조위원회(IRC)는 같은 해 6월 다라와 쿠네이트라 지역 여성 190명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결과 40% 가량은 인도적 원조 등 구호 서비스를 이용할 때 성폭력을 겪었다고 밝혔다.
이같은 내용은 다시 2015년 7월 유엔인구기금 주최로 열린 유엔 기구와 국제 구호단체 회의에 보고됐다. 회의 결과에 따라 원조 단체들은 절차를 강화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 참가했던 유엔 기구의 한 관계자는 "성적 착취와 학대가 진행됐다는 믿을만한 보고에도 불구하고 유엔은 이를 끝내거나 다루기 위한 심각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 관계자는 당시 부족한 정보 등으로 특정인물이나 기관에 대한 조치를 취하기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유엔난민기구는 그러나 이같은 일의 재발을 막고, 전달 체계는 물론 지역 협력기관 교육 등을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연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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