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 그리스 차관, 주택보조금 수령 '뭇매'…비판여론에 사퇴

입력 2018-02-27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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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득 그리스 차관, 주택보조금 수령 '뭇매'…비판여론에 사퇴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두둑한 급여와 자산을 보유한 그리스의 차관이 2년에 걸쳐 정부의 주택 보조금을 수령한 사실이 드러나며 긴축에 고통받고 있는 그리스인들이 분노하고 있다.
현지 신문들은 라니아 안토노풀로스 그리스 노동부 차관이 지난 2년에 걸쳐 매월 1천 유로(약 130만원)의 주택 보조금을 챙겨왔다고 지난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안토노풀로스 차관은 아테네에 집이 없는 각료와 의원들에게 주택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1994년 법 조항을 이용해 현재까지 총 2만3천 유로(약 3천만원)를 국가로부터 지급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뉴욕에 있는 한 대학교 부설 경제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하던 그는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에게 발탁돼 2015년 1월부터 정부 각료료 재임 중이다.
문제는 그가 그리스 정치인 가운데 가장 부유한 사람 중 1명이라는 점이다. 그는 2015년 재산 신고 때 34만 유로(약 4억5천만원) 상당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며, 7만 유로(약 9천300만원)의 연봉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내각에서 나란히 경제장관을 맡고 있는 그의 남편 디미트리스 파파디미트리우는 당시 270만 유로(약 35억7천만원)의 자산과 45만 유로(약 6억원)의 연간 소득을 신고했다.
일간 프로토 테마는 1면에 "정부 내 가장 부유한 커플이 한계를 넘어섰다"는 기사로 이들의 행태를 꼬집었다.
억대 연봉에 부부 합산 수 십억원의 자산을 갖고 있는 정부 각료가 아테네의 부촌 아파트 거주비로 국고에서 임대료까지 보조받고 있다는 사실에 여론이 들끓자 안토노풀로스 차관은 수령한 보조금을 반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그는 사직서를 제출했고, 치프라스 총리는 즉각 이를 수용했다.

한편, 안토노풀로스 차관은 성명에서 "그리스인들을 모욕할 의도는 없었다. 내 재정 상황 때문에 여론의 분노가 커졌음을 이해한다"며 "많은 사람들이 주택과 소득, 대출금에 대해 고뇌하고 있는 현재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 모든 혜택은 비록 적법할지라도 분노를 일으킬 수 있음을 깨달았다"고 해명했다.
그리스는 국제 채권단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기 시작한 2010년 이래 재정지출 축소 압박에 따라 10여 차례에 걸쳐 연금을 삭감하고, 세금은 대폭 인상하는 등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다. 이로 인해 많은 그리스 시민들이 빈곤층으로 전락했다.
ykhyun1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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