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과거 몹시 싫어한다고 공격했던 미국 연방지방법원 판사가 미국-멕시코 국경장벽 관련 소송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샌디에이고 연방지법의 곤살로 쿠리엘 판사는 27일(현지시간) 국경장벽을 추진하는 미 국토안보부에 환경규제를 면제해주는 것이 불법이라며 환경단체 등이 제기한 소송에서 국토안보부에 유리하게 판결했다고 미 일간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와 CNN이 보도했다.
CNN은 이번 판결로 국토안보부가 국경장벽을 건설하는 데 하나의 '정치적 걸림돌'을 해소했다고 전했다.
쿠리엘 판사는 판결에서 "국토안보부에 의한 웨이버(면제) 조항의 사용이 헌법상의 심각한 의구심을 갖게 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는 국토안보부가 국경장벽을 건설하면서 적정한 환경영향 평가 등의 규제를 면제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쿠리엘 판사는 "국경장벽은 미국과 멕시코 간에 첨예한 정치적 논쟁이 있다. 우리 재판부는 장벽 건설 결정이 정치적으로 현명한지, 얼마나 사려깊은지에 대한 판단은 검토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이번 판결로 국토안보부가 샌디에이고 인근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서 추진하고 있는 국경장벽 시제품 모형 건립 사업이 계속 진행될 수 있게 됐다.
환경단체들은 국경장벽 건설이 퀴노 체크무늬 나비 등 멸종 위기 동물의 생태를 파괴하는 등 환경과 생태계에 나쁜 영향을 준다며 환경 영향 평가 등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판결이 나오자 법무부는 "국경장벽은 불법 이민을 뿌리뽑는데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환영 의사를 표시했다.
원고 중 하나인 생물다양성센터를 대리한 변호사 브라이언 시지는 "이 실망스러운 판결에 항소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중대한 환경법규를 회피하려 한다는 점을 알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판결을 한 쿠리엘 판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대선 기간에 맹렬히 비난했던 인물이다.
쿠리엘 판사는 트럼프대학 과장 광고 의혹과 관련된 소송에서 재판을 맡았다.
트럼프 후보는 당시 "쿠리엘 판사가 미국 인디애나에서 태어났지만 멕시코 혈통이라서 (자신에게 불리하고 소송 상대방에 유리한) 편파적인 판결을 한다"고 비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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